까사 보바나링
에디터 한정민 글 김소원
자료제공 브랜치 스튜디오 아키텍츠
까사 보바나링은 호주 멜버른에서 7km 떨어진 해변가 녹음 사이에 자리한다. 자연을 지척에 둔 여유와 소소한 평화로움이 전해지는 자리에, 부드러운 곡선을 낀 평평한 콘크리트 지붕과 작은 마당의 보금자리는 ‘신성한 초록빛 공간’을 뜻하는 토착어 ‘보바나링’의 건축적 표현이다.
콘크리트 바닥은 지상에서 250mm 간격을 두고 떠 있으며, 콘크리트 지붕 역시 유리로 두른 투명한 벽 위에서 똑같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가벼움을 띤다. 건축가의 표현대로면, ‘필지 안에서 부유하는 집’인 것이다. 이는 안정된 주거 공간을 보장하면서 주변에 자라는 자생 식물의 생동한 기운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흐름을 만든다.
북쪽 면에는 안쪽으로 굽은 곡선으로 지붕을 열어 빛을 들이고, 거실, 식당, 주방이 연이은 개방형 평면을 계획해 빛이 좀 더 안쪽까지 스미도록 했다. 평면상 지붕 곡선과 맞닿는 지점에는 원형 수영장을 배치함으로써 곡선을 공간 사이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지붕 아래 유리 벽은 실내와 실외가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경계를 지킨다. 비슷한 어휘로, 마당 뒤편 나무 숲으로 연결을 확장하기 위해 수영장 난간을 가벼우면서도 시각을 열어 주는 디자인으로 마무리했다.
침실은 건물 가장자리에 배치되어 마당과 그 너머의 숲 경관을 바라본다. 침실 외벽보다 확장된 지붕 캐노피의 존재로 공간의 크기를 넓힘과 동시에 야외 공간으로의 연결을 확장한다. 또한 주변 거리에서 떨어진 개인 공간으로서 고립된 성격을 띠지만 열린 곡선 면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의 따스한 분위기로 아늑함이 강조된다.
까사 보바나링을 이해하는 데에는 과거의 한 주택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 건축가 오스만 니마이어가 1951년 리우데자네이루의 산지에 세운 ‘까사 다스 까노아스’(Casa das Canoas)다. 설계 당시 센세이션한 모던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까노아스 주택은 무성한 녹음 사이에 얇은 콘크리트 슬래브와 유려한 곡선, 유리 벽으로 구축한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 주었다. 이처럼 까사 보바나링은 자연 가까이에서 겸손한 자세를 취하며 주거 기능에 충실한 환경을 조성하는 모던 디자인의 미학을 보여 준다.
Project: Casa Bobbanarring / Location: Point Leo, Mornington Peninsula, Victoria, Australia / Architects: Branch Studio Architects / Use: house / Site area: 2,024m² / Bldg. area: 315m² / Gross floor area: 349m² / Bldg. scale: two stories above ground / Materials: concrete, timber / Completion: 2021 / Photograph: ©Peter Clarke (courtesy of the archi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