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생동 건축가그룹을 이끄는 장윤규는 건축과 예술, 건축과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그는 건축과 예술의 근본은 인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관계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공동의 생활과 사회, 관념과 전통, 현상과 갈등, 자연과 환경으로 확장되는 삶의 방식의 동의어와도 같을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실존과 그 내밀한 사유는 건축가의 손으로 그려 나간 회화 작품이 되었다. 5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열리는 서울 인사동 토포마우스 전시 ‘인간산수’에서 그 10여 년의 기록에 담긴 건축가의 태도와 시선을 살펴보자.
전시는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3D 작업으로 표현한 ‘건축산수’ 10여 점과 인간의 모습을 붓으로 그린 ‘인간산수’ 40여 점으로 구성된다. 붓과 펜, 아크릴을 이용한 평면 드로잉과 윤곽선을 그린 후 색을 칠하는 전통 회화 기법을 차용한 작품들이다. 캑버스 위 기본 단위의 픽셀 또는 패턴은 반복되어 여백을 채우기도 하며, 2차원과 3차원 사이의 경계에서 여백을 드러내기도 한다. 3차원 공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선의 작업이 구축한 질서와 구도는 간결하고 직관적이면서도 우연의 결과물을 담는다.
산수화는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사람은 그 풍경 안에 있는 작은 존재다. 사람을 가지고 그리는 풍경은 주체와 객체, 배경, 사람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방향과 관계를 그린 산수 작품들은 오래도록 품어 온 내면의 틀을 드러내 보이면서 건축가 장윤규의 세계로 안내한다. “인간이라는 말에는 ‘사람 인(人)’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실 ‘사이 간(間)’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인간이라는 단어를 이토록 멋있게 지었을까요. 사람 인 속에 공간을 갖다 붙인 것처럼 보여요. (…)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한 생각은, 인간의 관계가 캔버스에 갇혀 있지 않고 무한한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윤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건축을 넘어 문화적 확장을 위해서 갤러리정미소, UP출판, UP아트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세계적 저널 ‘PLAN’에서 커뮤니티 부문 국제건축상을 수상했고, 2017년 ‘한내 지혜의 숲’으로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종로구 통합청사, 한내 지혜의 숲, 크링 복합문화공간, 예화랑, 생능출판사 사옥, 하이서울페스티벌 천궁, 오션 이미지네이션, 갤러리 더 힐, 성수문화복지회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