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집
Park House
보드라운 흙가루로 치장한 듯 크게 드러나지 않는 차분한 표정이다. 그 모습이 나른하게 어른거리는 오후의 볕과 잘 어우러지는 집이다 싶다. 외장재의 아이보리 색감과 톡톡한 질감이 주변의 흙바닥이나 잔디, 자갈 등의 자연 소재들과 오래 지내온 듯 익숙하게 어우러지는 덕분일 것이다. 형태가 단조로운 전형적인 남향집이어서 집안 어디에서나 환하고 따뜻하게 볕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그 이유가 된다.
판교 택지개발지역 내에 위치한다. 남쪽으로는 근린공원을 이웃으로 삼고 있고 공원 너머로 나지막한 산자락이 펼쳐져 있다. 집 뒤로는 운중천이 흘러 쾌적하고 운치 있는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사방으로 열려 있는 개방적인 집터지만 특별히 남향을 바라보며 앉은 만큼 공원을 향해 ㄷ자형으로 열어 두고 있다. 집에서 바라볼 수 있고, 실제로 발길도 닿으니 공원 속 초록의 잔디도, 훤칠한 수목도 다 안마당처럼 누리는 셈이다.
개방된 터의 형편을 감안하여 사적인 공간은 ㄷ자의 양끝 날개부분에 계획되어 있다. 양끝을 연결하는 부분에 공적 공간이 마련되어 1층에서는 거실, 2층에서는 가족실이 공원을 향해 정면으로 열린 구조다.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안마당에는 목재 데크가 깔려 있다. 거실과 공원을 연결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데크를 지나 만나게 되는 공원과의 경계에는 덧문이 달려 있다. 그 목재 덧문을 여닫는 방법으로 집은 전혀 다른 표정과 몸짓을 구현해 낸다. 반듯하게 닫히면 공원을 비롯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고요하고 정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게 되고, 열어젖히면 공원과 주변을 향해 확연히 확장되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집은 공원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집밖의 풍경을 집안으로 오롯이 끌어 담게 된다.
도시설계로 지정된 공공공지를 제하면 공원에 면한 깊이는 얕다. 그러나 거실 안쪽까지 볕과 주변 풍경을 깊숙이 끌어들이기에 내부 공간이 갖는 깊이감은 훨씬 풍성하게 느껴진다. 특히, 투명한 유리벽 안에서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계단부가 이러한 느낌을 증폭시킨다. 마치 얇은 종이가 접힌 듯 가볍게 하나씩 접혀 오르내리고 있는 계단은 투명한 유리벽 안에서 전시되고 있는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조각처럼 섬세한 그 장면 위로 고요하게 빛이 내려와 담기고, 그 빛은 계단을 타고 위로 아래로 그리고 투명한 유리벽 밖으로 번져나간다. 덧문을 넘어 들어온 풍경과 볕이 집안 곳곳을 소요하는 장면이 이러하다.
작품명: 판교 공원집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건축학과)+모노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이윤호, 이문휘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250.5m² / 건축면적: 124.15m² / 연면적: 319.3m²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대리석 / 설계연도: 2013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