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비따
Vita Design Office Building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 IROJE Architects & Planners
노출콘크리트 마감 특유의 표정대로 무심하고 심심하다. 매끈해 보이려 애쓰지 않아 거친 질감이 그러한 느낌을 더욱 자아낸다. 다만, 콘크리트 위로 드러나 있는 수직과 수평의 선들이 밋밋한 건물 표면에 나름의 질서와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 평평한 표면 밖으로 어쩌다 가끔 툭툭 튀어나온, 혹은 휑하니 뚫린 개구부들이나 뾰족한 지붕선이 무심한 건물의 이미지를 슬쩍슬쩍 흔드는 비정형의 또 다른 리듬이 되고 있다.
파주출판도시 2단계에 속하는 영역에 들어서 있다. 1단계와 비슷한 규모로 계획된 땅으로 영화 관련 산업이 참여하면서 ‘책과 영화의 도시’라 불리는 곳이다. 건물이 들어선 대지는 도시의 프로그램과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롯데 아울렛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거대한 규모의 상업 건축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어떻게 작은 규모의 건축이 존재감을 잃지 않게 할 것인가?’, 건축은 이 질문에 대해 외벽을 통해 대답하고 있다.
마당은 분명 열려 있다. 동시에 모순되게도, 안마당은 외벽에 의해 확연히 가려져 있다. 도로변에 건물의 폭과 높이만 한 규모로 세워져 있는 콘크리트 외벽이 안마당의 가림막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벽체는 콘크리트지만 서가 같은 프레임으로 만들어져 도로와 건너편 건물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서 있다. 외부를 향해 열린 태도를 조심스레 보여주는 동시에 고유의 영역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역 안으로 함부로 넘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영역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구체적인 선으로 해석된다.
벽체 안에 마당을 두고 배치된 매스는 작은 규모지만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공공 시설인 마당에 면한 카페, 책 디자인을 위한 작업 공간, 전시나 집회를 위한 공간, 특별한 형태의 회의실, 심지어 마당과 별개의 작은 공원과 묵상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모든 공간은 형태와 크기가 각기 다르고, 공간마다 주어지는 빛과 어둠의 조건도 제각각이다. 당연히 독립적이며 공간마다 각기 다른 고유의 에너지를 품게 된다. 그러다 보니 건물 이곳저곳을 회유回遊하는 것이 즐거운 산책이 되기도 한다.
작품명: 디자인비따 / 위치: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446 / 건축가: 승효상 / 구조설계: The Naeun Structural Eng./ 기계설계: DE-Tech. / 전기설계: WooLim E&C / 시공: SI / 대지면적: 667m² / 건축면적: 276m²/ 연면적: 921m² / 완공년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