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인 병원 & 나눔 요양원
Woori Geriatric Hospital & Nanum Nursing Home
장소의 특성상 우리 노인 병원은 지극히 단순하다. 앞으로는 김제 평야가 세상 푸르게 펼쳐져 있고 뒤로는 황방산이 자리한다. 그 정갈한 풍경을 거두어 담는 것만으로 충분했기에 풍경 따라 건물 또한 단순해진 것이다. 풍경이 잘 보이는 곳에 창문이 나 있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방과 마루가 들어서 있을 뿐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의 신록과 단풍, 비 내리고 눈 날리는 풍경 등 계절 따라 변해가는 평야를 가장 가까이 느끼도록 공간은 배려하고 있다.
병원의 구성도 간결하다. 사계절 볕이 잘 들어 따뜻한 전면에는 병실이 마련되어 있고, 후면에는 특수 병동과 서비스 부분이 자리한다. 일반 병실들은 연속되어 있는 반면 북쪽의 실들은 영역별로 볼륨이 나뉘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작은 중정이 배치되어 있다. 볼륨들 사이의 공간은 지하 식당과 1층 홀의 채광이나 환기를 담당하는 기능과 더불어 병동 층의 주변경관을 담아내는 통로가 된다. 중정은 투명한 유리벽을 관통해 건물 외부의 평야로 곧장 뻗어 나가기도 한다. 안전한 내부에서 외부의 볕과 초록을 온전히 누리는 것 자체가 치료와 회복을 돕는 장치가 되어 주리라 기대하게 된다.
복도는 상대적으로 폭이 넓고 길다. 덕분에 사람이 오가는 단순한 동선으로서의 기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는 일종의 골목길처럼 다의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 주변의 다양한 경관과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외부로부터 안전한 내부 산책로가 된다. 또한 햇볕 아래 삼삼오오 모여 함께 담소를 나누는 쉼터이자 느린 걸음을 연습해 보는 길이 된다.
병원과 독립되어 단지의 중심에 자리하는 나눔 요양원은 노인 복지정책의 하나로 보건복지부에서 건축비를 지원하고 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실비 요양시설이다. 확 트인 푸른 들판과 대지를 두른 황방산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눈이 가는 곳마다 다른 풍광을 느낄 수 있다. 사방이 자연을 향해 열려 있는 곳임에도 중정을 별도로 품고 있다. 중정을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까운 마당을 제안하고, 노년 생활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과 고요하고 아늑한 정서를 더욱 풍성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멀리 펼쳐져 있는 다채로운 풍경과 장소까지 모두 경험하도록 이끈다.
구성과 배치가 이루어진 원리는 병원과 동일하다. 볕이 잘 드는 곳에는 병실이 배치되고, 열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는 함께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병실에서는 창 너머의 고요한 근경을 늘 감상하며 지내게 된다. 공용실의 한쪽은 논두렁이 여러 층으로 겹쳐져 있는 황방산의 풍경이 드나들고, 다른 쪽으로는 논이 완만하게 김제까지 펼쳐지는 원경이 내다보인다.
중정을 끼고 순환하고 있는 복도는 변화하는 사계절을 일상 가운데로 끌어들이는 안전한 내부 산책로다. 뒷산이 올려다 보이는 곳에는 누마루가 자리하고, 들판이 펼쳐져 있는 곳에는 거실이 위치한다. 건물의 모서리에는 담소를 나누는 방이, 양지바른 곳에는 조용히 볕을 누릴 수 있는 쪽마루가 마련되어 있다. 홀 앞에 있는 연못은 매순간 표정을 달리하는 하늘을 담고 볕이 뜨거운 계절에는 복사열을 식히기도 한다.
작품명: 우리 노인 병원 & 나눔 요양원 /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135, 579-3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건축학과)+모노건축사사무소 / 용도: 의료시설 / 대지면적: 4,322m² / 건축면적: 854.58m² / 연면적: 3,910.16m² /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적벽돌, 노출콘크리트 / 완공연도: 200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