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집
조심스럽고도 내향적인 인상으로 다가오는 외관은 오롯이 감싸 안은 채 뭔가를 지키려는 듯 보인다. 옅은 회색의 노출 콘크리트와 목재가 내는 색감이 차분해서 소극적인 기운이 더욱 강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문 안으로 들어서서 보이는 내부의 표정은 그와 사뭇 다르다. 모든 공간들이 마당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밖에서 느껴지는 닫힌 느낌과 달리 마당을 매개로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확연히 전해진다.
동백 신도시의 택지 개발 지구 내에 위치하는 200m² 남짓한 작은 터다. 대지가 가로와 면하고 있어 외부의 시선을 특히 더 신경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밀도 높은 단독 주택지에도 불구하고 도시 설계 지침으로 인해 담장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다.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다 보니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 받는 내밀한 장소로 계획된 것이다.
해법이 되어 준 것은 과거의 도심형 한옥이다. 대지 외곽에 최소 폭의 채가 놓이고 대지 중심에 마당이 배치된 것은 그러해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방이 마당을 향해 열려 있는 내향적인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방이 외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당을 전이 공간이자 매개 공간으로 삼고 있기에 외내부의 흐름에는 막힘이 없다. 덕분에 외부에서 닫힌 듯 보이는 각각의 내실에 거의 종일 환하게 볕이 머물고 바람이 드나드는 것도 그 덕분이다.
담장이 아닌 각 실의 벽으로 둘러진 마당은 물리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시야가 열린 정도로 보자면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남쪽 전면으로는 건물 아래를 통로 삼아 마을로 이어져 흐르고, 건물 후면으로는 2층 테라스를 통해 산으로 열려 최대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 산책 길에서도 집 너머의 뒷동산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도로에서 집 마당을 통과해 뒷동산으로 이어져 흐르는 개방감은 작은 집을 깊이 있게 만든다.
작품명: 동백집 /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885-4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모노건축사사무소 / 지역지구: 제 1종 전용주거지역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208m² / 건축면적: 124m² / 연면적: 204m² / 건폐율: 59% / 용적률: 39%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삼목 / 완공: 2008년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