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
가가호호가 모여서 구성된 촌락을 보는 듯하다. 집과 집을 잇는 길은 길인 동시에 마당처럼 다가온다. 비어 있는 그곳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휘거나 멈추기도 하며 집과 집을 연결하고 산과 하늘을 불러 들인다. 조선 시대의 기와 가마터가 대량 발굴되어 주어진 대지 중에서 많은 부분이 건축 금지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대지 중앙을 크게 비워 내는 일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건축은 대지의 가장자리로 몰려 앉혀졌다. 덕분에 비움이라는 극적인 시퀀스가 연출되고 있다.
불교의 본질을 비움에서 찾아 그 개념을 목표로 지향하고 있음을 건축과 공간의 구성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새롭게 구축되는 비움은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건축의 중요한 개념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단히 많은 마당들이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건축들은 그 마당을 한정하는 요소들로 자리한다. 이곳저곳의 흩어져 있는 마당들은 스스로 독립된 존재 방식을 가지되 서로 연결되면서 그 안에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거주의 흔적을 담는다. 비워 있는 그 공간들을 향하는 통로는 늘상 자연과 접하며 걷는 자에게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백의 운치를 전한다. 소소한 일상 가운데 비움으로 채워진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스스로를 성찰하게 될 것이다. 모든 각각의 공간들은 그렇게 비움에 관한 깨우침을 설파하는 듯하다. 재료 또한 나무와 돌과 흙이다. 결국은 땅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들로, 역시나 남는 것은 비움이다.
불교 건축은 유독 현대 건축에 있어서 공백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 시대에 실시된 숭유배불 정책 때문이라는 사유가 크긴 해도 현대에 이르러서까지 그러한 것은 옛 건축 형태에 대한 불교계의 과도한 집착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조계종의 지도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건축에 관한 불교계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를 찾게 된다.
작품명: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 / 위치: 충청남도 공주 / 설계: 승효상 / 구조설계: 서울구조 / 기계설계: 세아엔지니어링 / 전기설계: 우림 전기 / 대지면적: 14,867m² / 건축면적: 5,745m² / 연면적: 9,600m² / 완공: 2008 / 사진: 김종오 (건축가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