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밀크 유가공 공장, 백파진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제주의 돌과 흙도, 녹빛으로 가득차 있는 보리밭도, 바닷바람이 서늘하게 지나는 듯한 창창한 하늘도, 유난히 선명하게 빛난다. 나지막한 언덕 아래 바다로 이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언덕처럼 백색이 진을 치고 있어 주변의 빛깔들이 더욱 환하고 아름답게 드러나고 있다.
제주의 천연수와 인근에 위치하는 이시돌목장에서 원유를 공급 받아 유제품을 생산하는 유가공 공장이다. 공장이 자리하는 대지는 한라산의 지맥이 서쪽으로 흘러 바다로 접근하다가 솟아오른 금오름을 끼고 있는 곳이다. 북서쪽 바다 위의 비양도를 바라보는 땅이기도 하다.
건물은 크게 두 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공장 및 생산 설비와 관리를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메인 동과 방문객들을 위한 전망대가 그것으로, 그 사이를 보행 다리가 잇고 있다. 생산 설비와 관리를 위한 시설은 규격화된 매스로 분절된 형태를 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둘러 볼 수 있는 카페나 매장, 야외 테라스가 자리하는 영역은 전면 유리의 곡면으로 계획되어 바다를 향해 유연하게 열린 모습이다.
대지의 끝 부분에 바다와 하늘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언덕 같은 매스도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다. 제주의 나지막한 오름들처럼 보다 높은 곳에서 주변의 풍경들을 응시하고 음미할 수 있는 전망대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전망대와 공장 사이를 잇는 긴 보행 다리 아래로 주변 풍경이 자연스레 드나들고 스며든다. 유가공 공장은 그 자체가 제주의 생산 작물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의미가 그대로 반영되어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주변 자연과 풍경의 통로가 된다는 점에 건축의 존재 이유가 담겨 있다.
바다 쪽으로 솟아올라 있는 하얀 언덕은 백파白坡라 불리고, 공장 전체는 백파진白坡鎭이라고 불린다. 이름 그대로 흰 거품이 이는 물결이 금오름과 제주 바다 사이에 진을 치고 앉아 주변의 자연을 지키는, 아니 더욱 돋보이도록 하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