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하이브
Urban Hive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 + 김인철 | Archium + In Cheurl Kim
커다란 원형이 반복적으로 타공되어 있는 백색의 상자가 도시를 향해 느슨하게 열려 있다. 그것 외에는 어떤 적극적인 행위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도시의 부유하는 분위기를 넉넉하게 붙잡는 느낌이다. 그 힘은 건물의 속까지도 훤히 드러내 놓은 것과 같은 모놀리스monolith의 단순함에 있다. 강남대로 사거리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서 있는 건물은 건너편의 강남교보타워와 비교되어 더욱 눈에 띈다. 단단하게 꽉 차 있는 교보타워 건물과 상반되다 보니 투명하게 비워진 여백과 여유가 더욱 강조되어 전달된다.
이 비움은 단순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단순함은 구조체로부터 기인한다. 건물의 구조체는 대체로 외피 안에 숨겨져 있게 마련이지만, 어반 하이브에서는 그 반대다. 밖에서 보이는 건물의 입면 그 자체가 구조체로서 외벽이 되어 서 있는 것이다. 안팎이 뒤집힌 발상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미처 생각지 못한 특별한 디자인 감각으로 자연스레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구조체이자 외벽에 나 있는 둥근 구멍들의 조합은 단순히 조형의 효과를 의도한 것이 아니다. 이중의 외벽에서 외부로 노출된 구조 벽에 대한 역학적 해결로 시도된 것이다. 콘크리트의 무거움을 비워낸 발랄한 가벼움이 그려져 있고, 딱딱함을 덜어낸 곡선의 부드러움이 표현되어 있다. 건물 전체에서 번져 나오는 이런 표정들이 도시적인 긴장을 풀어 주고, 상세가 만들어내는 동글동글한 표정들에는 도시의 단조로움을 깨우는 기운이 있다.
공개 공지를 두고 있을 뿐 현관과 로비는 별도로 설정되어 있지 않으며, 각 층의 출입이 도시의 길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자연스레, 건물이 도시를 포용하고 도시가 건물 속으로 친근하게 스며드는 몸짓이 된다. 물리적으로 드러나 있는 그 여유가 심리적으로도 와 닿는다. 도시와 건축이 연결된 이 방식은 곧 건축과 인간이 접촉하는 방식으로도 이어진다.
도시에 어둠이 깔리면 원형의 개구부 밖으로 환한 조명 빛이 번져 나온다. 건물은 버블이 되어 도시를 뒤로하고 짙은 검은색 하늘 위로 하얗고 투명하게 솟구쳐 오르는 것 같다. 도시의 밤보다 화려하고 우아하게 가로에 투영되는 그 모습도 인상적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작품명: 어반 하이브 /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00-7 / 설계 : 아르키움 + 김인철 / 지역지구: 제3종 일반주거지역, 일반상업지역, 중심미관지구, 주차장설치 제한지역 / 대지면적: 1,000.90m² / 건축면적: 584.78m² / 연면적: 10,166.89m² / 규모: 지하 4층, 지상 17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TSC / 마감: 칼라 노출 콘크리트, T26 투명 복층유리, 지정석재, T4 STS패널 / 완공연도: 2008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