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랩
거대하고 투명한 유리 큐브가 일제히 일렁이는 느낌이다. 슬쩍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곧장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입면에서 움직임이 강하게 전해진다. 투명한 커튼월로 마감되어 주변의 풍경과 빛을 때때마다 고스란히 머금었다가는 반사하느라 움직임이 더욱 강조된다. 그런 입면을 따라 지붕도 같이 일렁인다. 마치 입면이 흔들릴 때마다 그 진동을 흘려보내기라도 하듯이 지붕도 곡면으로 흐르고 있다. 그 역동성이 주변을 따라 번져가며 캠퍼스를 깨운다.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도서관이다. 네 개의 입면이 저층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커튼월로 마감되어 거대한 유리 상자가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투명한 유리가 낮에는 건물 안으로 빛을 끌어 모으고 밤에는 건물 밖으로 빛을 뿜어낸다. 실제로 도서관 내부 어디에서나 밝은 자연광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열람실과 독서실은 물론이고 음지로 밀려나기 쉬운 공간인 계단참이나 복도에서도 오후의 햇살과 캠퍼스의 정경을 환하게 경험한다. 일종의 빛의 상자 혹은 빛을 투과시키는 프리즘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캠퍼스의 빛 같은 인재들을 모으고 그들이 연마한 열매대로 세상을 향해 빛처럼 나아가는, 이런 상징과 은유를 상상해 본다면 너무 과한 생각일까? 오래된 수도원의 유서 깊은 장서각藏書閣이 21세기 버전으로 등장해 캠퍼스와 대학 문화를 채우고, 이로써 캠퍼스의 풍경은 하루 24시간 깨어있는 모습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작품명: 오버랩 / 위치: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221번지 중앙대학교 / 설계: 아르키움+김인철 / 용도: 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 142,997m² / 건축면적: 3,429.43m² / 연면적: 14,258.20m² / 규모: 지하 1층, 지상 7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콘크리트조 / 마감: T24 투명복층유리, T3 러버타일, T3 열연강판 위 T3투명에폭시 / 완공연도: 2009년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