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하우스
Floating House
유현준건축사사무소 | Hyunjoon Yoo Architects
북쪽을 향해 평탄하게 앉은 모습으로 강을 바라보며 남한강 너머 펼쳐져 흐르는 산자락도 하늘과 함께 한가득 시야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경관을 더 멀리 잘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지층을 훤하게 비워둔 채 집은 높다랗게 앉았다.
50대와 60대의 건축주 부부는 대지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한옥을 직접 지어서 한식당을 운영한다. 귀가 후 남한강 주변으로 뻗어 있는 자연경관을 즐기고 싶은 그들의 바람대로 땅 자체는 아름다운 경관을 끼고 있다. 하지만 남쪽으로는 각종 식당과 모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특히 저녁에는 네온사인들이 곳곳에 흩어져 보이는 시각적 공해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볕 좋은 터에서 집이 남향이 아닌 자연경관을 향해 북향으로 앉은 이유다.
이외에도 집은 건축주의 다양한 요구에 반응하고 있다. 가까운 지인인 풍수지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동쪽으로는 문이 나 있지 않고 서남쪽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지층을 통으로 비우고 마당을 크게 하나로 만들어 손자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다. 여름철 온 가족을 맞이하는 낮은 수영장, 전원주택의 로망인 야외 바비큐 데크, 그리고 가끔 방문하는 딸 가족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까지 모두 갖추어 호응한다.
햇볕이 잘 드는 큰 마당을 위해서 주택은 가능한 북쪽으로 배치됐다. 게스트하우스가 널찍하게 비어 있는 남쪽을 차지하면서 마당에서는 식당과 모텔이 자연스레 가려진다. 대지 남쪽의 거의 경계지점 가까이 자리하면서 게스트하우스는 담장과 하나 된 형태를 취한다. 일종의 두꺼워진 담장에 게스트하우스가 삽입된 형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단층의 게스트하우스와 지층의 마당도 남한강을 조망하는데, 대지 북쪽에 자리하는 주택이 필로티로 처리되어 한 층 올라앉은 덕분이다. 일부분이 아닌 주택 전체를 들어 올린 형태이기 때문에 주택 아래로 관통되어 흐르는 시선과 경관으로 인해 대지는 실제보다 훨씬 넓게 다가온다. 기둥은 구조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두껍게 처리되고, 블랙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실제보다 육중한 느낌이 난다. 어두운 색감이 한옥의 기와 같은 분위기를 발하면서 건축주의 한옥 한식당과도 이미지가 연결된다.
주택 내부 역시 실제보다 넓게 느껴지는데, 집의 사방으로 1m 폭의 발코니가 나 있는 덕분이다. 발코니의 바닥 재료가 주택 내부와 동일해서 실내공간이 확장된 듯한 시각 효과를 준다. 하나의 메인 동선이 아닌 순환형 동선으로 계획해 놓고 있는 점 역시 실제로는 작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더 넓게 느끼도록 만드는 장치이다.
2층과 3층 옥상을 잇는 계단은 옥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2층으로 파고드는 듯 자리 잡고 있다. 계단실 자체가 주택의 중앙부에 빛을 전달해 주는 통로로 일종의 ‘빛 우물’의 역할을 한다. 평지붕으로 계획된 3층 옥상에는 정원이 가꾸어져 있다. 2층보다 더 높은 곳에서 강을 음미하기 원하던 건축주의 바람이 여기서도 이루어진 셈이다.
작품명: Floating House_어디서든 다양한 모습으로 강을 즐길 수 있는 집 / 위치: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1054-5 / 설계: 유현준건축사사무소-유현준, 허동호, 오명균, 유진선, 민병곤, 정효빈, 이재환, 김연희, 노래원, 김인기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943m² / 건축면적: 279.84m² / 연면적: 195.52 m² / 건폐율: 29.68% / 용적률: 20.73%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블랙 노출 콘크리트, 징크 / 설계기간: 2007.9 ~ 2008.4 / 시공기간: 2008.5~2009 / 사진: 염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