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집
Tilt Up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 + 김인철 | Archium + In Cheurl Kim
수풀을 배경 삼아 대지 가운데를 감싸 앉은 나지막한 성처럼 보인다. 진입로 가까이에서조차 올려다 보일 정도로 가파른 언덕 위다. 45°에 가까운 경사에 대해 집은 탓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자연적으로 생겨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동행하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경사를 맞바로 오르기에는 힘겨운 듯 슬쩍 휘어서 언덕길을 타고 오른다. 표고 10m 차이를 갖는 언덕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 걸음의 여정이 모두 다 집이다.
벌어진 U자형으로 길게 이어진 공간들은 ‘수평적이지만 수직적’이다. 논리에 맞지 않는 설명 같지만 집은 그 논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언덕길을 비스듬히 돌아 반 층씩 올라가야지 침실, 거실, 식당, 서재, 안방이 하나씩 펼쳐지기 때문이다. 비탈진 땅과 오르는 집이 틈틈이 만나는 곳에 판이 만들어져 있다. 판은 땅과 집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이렇게 생겨난 각 실들이 줄지어 나열되면서 집은 한 줄로 길게 이어져 있다.
1층 진입로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왼쪽으로 향하면 딸의 침실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 계단으로 반 층 더 올라선 곳에 볕으로 가득한 거실이 자리하고, 그곳을 거쳐 식당에 이른다. 식당 뒤로 나 있는 계단 옆으로 서재와 아들 방이 연이어 있고, 아들 방 옆에 나 있는 계단을 타고 한 층 더 오르면 드디어 안방이다. 언덕 위까지 거의 다 오른 셈이다. 각 공간을 보자면 분명 단층이지만, 10m 높이를 3개 층으로 분산시켜 높았으니 3층 집인 것도 분명하다. 수평적이지만 수직적이라는 표현은 그러해서다.
한 줄로 이어져 흐르는 각각의 공간에는 서로를 향해 열려 있는 창문이 나 있다. 4명의 가족들이 독립된 공간 안에서 서로의 움직임을 느끼며 소통하는 창구다. 정원을 중심에 두고 둘러싸는 형태로 앉아 있어서 집안 어느 곳에서든 정원과 곧바로 연결된다. 또한, 집안 어느 곳에 있든지 정원 혹은 방과 복도의 창을 통해 서로의 공간을 바라보며 시각적으로도 이어져 있다.
벽체는 나무 판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난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산세의 흐름이나 초목의 수려함이 한눈이 들어오는 곳에서는 벽이 열려 있고, 마땅한 볼거리가 없는 곳에서는 벽이 닫혀 있다. 덕분에 한 점 그림이 없어도 훨씬 더 그림 같은 살아 있는 풍경이 공간 안으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원래 언덕이던 장소에 언덕을 돌려놓겠다는 듯이 집은 머리까지 언덕으로 마감하고 있다. 지붕에 잔디를 심어 마당으로 삼은 것이다. 그 마당마저 비탈이 지어져 하늘로 오르는 중이다. 그곳에서는 동네가, 아니 세상이 다 보인다. 시선이 닿는 곳 모두가 이 집의 것이다.
작품명: Tilt Up(오르는 집) / 위치: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506-40 / 설계: 김인철 + 아르키움 / 지역: 보전관리지역 / 대지면적: 760.00m² / 건축면적: 201.40m² / 연면적: 230.30m² / 규모: 지상 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마감: 노출콘크리트, T24 투명 복층유리 / 설계연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