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주택
에디터 현유미 부장 디자인 한정민 글 김소원
자료제공 모노건축사사무소
몇 해 전 판교에 ‘공원집’을 의뢰했던 건축주가 그 옆 동네에 두 번째 집을 짓겠다고 찾아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전 집 주변은 필지가 작고 밀도가 높아 주택지의 고요한 정취가 없다는 것. 게다가 형태와 재료가 제각각인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동네 풍경이 어수선해졌다는 것이다.
새로 마련한 터는 스무 채 남짓한 집들을 낮은 산이 둘러싸고 있어 경직된 다른 개발지와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그 단지의 경계에 ‘판교집’이 들어섰다. ㄱ자 형태를 한 2층짜리 볼륨과 ㄴ자 형태의 1층 볼륨이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크고 작은 마당을 품고 있다. 이번 집은 두 필지를 합쳐 건물을 배치하기가 좀 더 자유로웠다고. 덕분에 여백도 늘었다.
건축주는 이전 공원집에 살면서, 묵직하게 버티는 화강석 외벽이 가족의 삶을 포근히 보호하듯 감싼 내향적 공간 구성이 좋았다고 한다. 이를 반영한 판교집은 두 볼륨이 싸고도는 형태. 두 볼륨의 외벽은 다르게 디자인되었다. 자연으로 향한 가로변은 벽돌만 한 작고 섬세한 화강석 다듬으로 쌓고,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삼는 위층 볼륨에는 보다 큰 판석을 붙였다.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정은 이렇다. 외벽을 따라 자연스럽게 돌아 들어가면 마당 깊숙한 곳에 현관이 보인다. 현관으로 진입하는 길은 그대로 내부로 이어져 방과 방을 연결하고, 마당과 마당을 연결한다. 방의 경계마다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가 열고 닫히며 새로운 공간과 동선을 만든다.
계속해서 바뀌는 도시처럼 늘 변화하고 반응하는 판교집, 자연을 가까이에 집안 곳곳 마당을 품은 판교집은 아파트에서의 삭막한 삶을 잊게 만든 주택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되살려줄 것이다.
작품명: 판교 주택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모노건축사사무소 / 시공: (주)제효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585.40m² / 건축면적: 250.42m² / 연면적: 398.32m² / 건폐율: 42.78% / 용적률: 56.31%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사비석 /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 설계기간: 2017.5~2017.9 / 시공기간: 2017.10~2018.11 / 완공: 2018.11 / 사진: 박영채, 황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