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 교육연구동
조항만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수백 년에 걸쳐 우리의 풍토와 풍경에 동화된 한옥. 백운산 자락에 자리한 ‘서울대학교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 교육연구동’은 한옥처럼 자연과 인간을 매개하며 서로 간의 공감각적 교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교육연구동의 직사각형 평면은 자연과 대조적인 모던함을 풍기지만, 백운산의 등고선에 묻혀 구조의 결구를 드러낸 입면 덕분에 건물 전체가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여러 겹의 레이어를 지닌 한옥처럼 입면을 구성하여 건물은 자연과 은근한 경계를 이루며 그 속으로 녹아든다.
평면에는 한옥의 기본 모듈인 퇴, 칸, 채의 개념이 적용된다. 질서 속의 다양성과 반복에 의한 시공상의 경제성 모두를 취하고자 했다. 목구조를 기본으로 하되 경사지의 특성을 고려해 옹벽과 기초에는 철골구조를 적용해, 한옥 특유의 분위기는 간직하면서도 경제성과 효율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1층에는 전시실과 편의시설, 업무공간을, 2층에는 강의실, 실험실, 도서관 등의 교육 및 연구시설을 배치해 두 영역의 간섭을 최소화했고, 옥상에는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 양 측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원과 라운지를 조성했다.
건물의 주 재료는 나무와 흙, 돌이다. 자연적 물성을 지니면서도 단열 성능이 높은 친환경적 자재들이다. 지붕과 데크에 쓰인 목재 패널, 화강석과 현무암 등의 석재 패널, 친환경 흙벽돌 외에도, 각 공간의 쓰임과 분위기를 고려해 징크 시트, 노출 콘크리트, 고단열 유리 등의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됐다.
건물에 적용된 패시브적 친환경 요소들도 주목할 만하다.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처마와 차양, 빗살 스크린은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측창은 맞통풍을 유도하여 자연환기를 가능케한다. 또한, 바닥에는 지중열 교환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초 주위에는 통기관을 매설해 시원한 공기가 실내에 유입되도록 하였으며,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필요 전력의 상당 부분을 충당했다.
자연을 건축으로 끌어들이는 방식도 전통 건축에서 차용했다. 무량수전 앞마당을 소백산 자락으로 확장시킨 부석사에서 착안하여, 대지의 경사를 이용해 기존 건물이 위치한 언덕 레벨을 교육연구동의 옥상정원 레벨로 확장했다. 이러한 배치로 인해 대지는 자연 속으로 무한히 뻗어나가게 된다.
또한, 옥상정원에는 목조 기둥을 세우고 박공지붕을 올려, 마치 경치 좋은 언덕에 자리 잡은 정자처럼 자연을 캐노피 밑으로 끌어들이며 방문객들에게 풍경을 관조할 기회를 선사한다. 이 외에도 열주와 지붕으로 이루어진 전면 필로티는 일종의 액자가 되어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담아내고, 중정은 햇빛과 눈, 비, 바람을 담아내며 자연과 인간의 삶을 공존케한다.
작품명: 서울대학교 산림교육연구센터 / 위치: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백계로 59-45, (남부학술림 추산시험장 내) / 설계: 조항만 (서울대학교) / 설계팀: 탈 건축사사무소_조항만, 서지영, 임종훈; 바이원 건축사사무소_정원영; 박정연 / 시공: 주.송정종합건설 (최경석) / 구조설계: 환구조 (민환석) / 전기설계: 주.하나기연 (김명일) / 기계설계: 주.하나기연 (장상락) / 건축주: 서울대학교 학술림 / 용도: 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 8,712.00m² / 건축면적: 2,692.86m² / 연면적: 4,490.16m² / 건폐율: 30.97 % / 용적률: 50.93 % / 규모: 지상 3층 / 높이: 14.4m / 주차: 24대 (장애인 주차 3대 포함) / 구조: 철골+철근 콘크리트조 (1,2층), 목조가구식구조 (3층) / 외부마감: 목재널 사이딩, 적벽돌 치장쌓기, THK24 로이 복층유리, 아연도 강판 지붕 /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화강석 물갈기, 목재 흠음패널 / 설계기간: 2015.9~2016.7 / 시공기간: 2016.9~2018.5 / 완공: 2018 / 사진: 잠수함 스튜디오_김정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