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요철동
두 개의 닮은꼴 볼륨이 합체를 기다리듯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져 있다. 요철처럼 들고나는 두 볼륨을 블록처럼 금방이라도 끼워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연한 회색 노출콘크리트의 무심한 느낌과 목재 특유의 따뜻함이 검소하고 친근하게 어우러진 집은 하나처럼 보이지만 두 필지 위 두 주택이다. 판교 신도시에 자리하는 인접하는 작은 두 필지에서 공유를 통해 ‘따로 또 같이’ 지내는 법을 몸소 보여준다.두 대지는 각각 200제곱미터이고 주변의 다른 필지에 비해 남북방향으로 긴 형상이다. 지구단위지침으로 두 필지 사이에 각각 2.5m(합계 5m) 폭의 공유공지가 지정되어 집터가 더 세장해져 있다. 두 집을 독립시키기보다 연접하는 대지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마당을 사이에 둔 두 집이 한 집처럼 배치된 것이다.
주택의 마주하는 외형 볼륨은 요철이다. 사각의 덩어리가 요철 형태로 잘려져 대지경계선까지 이격되어 있다. 요철 벽 사이에 두 집이 서로 공유하는 마당이 자리한다. 두 집 사이의 여백으로 존재하는 만큼 집의 형태에 맞추어 마당도 요철 형태를 하고 있다. 엇갈린 모양의 마당은 사각형에 비해 대각선으로 더욱 깊이 있는 공간감을 제공한다. 동시에 두 집이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일이 없도록 시각적 충돌도 완화시켜 준다. 두 집 사이의 대지경계선에 상관없이 마당을 서로 교환하여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넉넉함이 전해진다. 또한, 외부공간을 두 집이 같이 관리하는 일도 편리해 보인다.
가로와 접해 있는 입면과 정원에 이어진 입면이 서로 대조적이다. 주택 외곽의 벽면은 담장의 기능처럼 폐쇄적이고 직선적인 형태로 내부를 철저하게 가리고 있다. 반면, 마당으로 향하는 입면은 이름 그대로 요철처럼 분절되고 엇갈린 형태로 마당을 향해 환하게 열려 있다. 두 가구가 거주하는 두 채의 주택임이 분명하지만 심리 및 정서적으로는 한 집처럼 인식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두 집이 일체로 인지되어 작은 규모의 왜소함을 극복하고, 두 채 사이에 위치하는 외부공간을 풍부하게 확보하여 훨씬 여유 있는 볼륨감을 구사한다.
작품명: 판교 요철동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549-5(철), 549-6(요) / 설계: 정재헌 / 설계담당: 염수희, 이문휘, 이윤호 / 시공: 염경수 / 건축주: 이완규, 이시은(요) 박재홍, 이향옥(철) / 대지면적: 230.9m²(요) 230m2²(철) / 건축면적: 114.44m²(요) 109.37m²(철) / 연면적: 263.63m2(요) 278.2m2(철) / 건폐율: 49.56%(요) 47.35%(철) / 용적률: 87.10%(요) 86.23%(철) / 규모: 지상2층, 지하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완공: 2012년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