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촌리 창고주택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디아건축사사무소
인삼 밭 옆에 나란히 놓인 긴 매스 두 개. 그 사이로 현관과 다실이 들어서면서 두 매스를 연결한다. 두 브릿지 사이에는 자연히 작은 마당이 생겼다. 중앙 툇마루까지 있으니 옛 한국 주거 공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건축주가 의뢰한 공간은 거주를 겸한 홍삼액 제조 작업장이었으며, 다실은 건축주의 취미생활 공간이다. 이 와촌리 창고주택은 건축주의 요구 조건을 그대로 반영해 건축가의 언어로 풀어낸 집이다.
3.6m 모듈로 짠 철골 구조에는 ‘간(間)’의 리듬이 평면 체계를 형성한다. 중앙에는 입식 공간인 주방과 식당이, 그 양끝으로는 좌식 생활을 하는 안방, 대청, 사랑방을 배치했다. 여기서 와촌리 주택만의 특징이라 하면, 좌식 공간의 레벨을 높여서 단차를 두었다는 것. 한 단 차이로 생긴 턱에 걸쳐 앉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변화로 공간 간 경계가 형성되어 좀 더 입체적으로 개인 영역을 구분 짓게 한다.
공간들은 주변부로 열려 있기 보다는 일제히 가운데 마당을 바라본다. 창 너머 골강판 외벽이 실내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집 주변으로 조용한 농가와 우사, 밭 풍경이 전부이기에 외부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대신 집과 창고동 사이의 중정에 집중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배경에서 분리된 집의 영역이 건물의 틀을 한정하고, 그 안에 평화로운 시간이 흐른다.
외벽 재료는 날것 그대로 사용한 아연도금 골강판이다. 골강판은 본래 창고나 축사에 많이 사용하는 재료로 가볍고 얇은 데다 은은한 은빛 광택이 난다. 이 재료가 철골 구조와 합을 이루는 것이, 구조 모듈에 따라 고정한 나사못 위치가 일정한 골 간격을 따라 드러나면서 구조의 질서가 읽힌다. 내부 공간은 흰색 벽면이 천장까지 일관된다. 트러스 부재로 어느 정도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듯하지만, 그 또한 공간 전반적인 가벼움을 유지하고자 L형강을 더블로 부착하여 두께와 치수의 디테일에 신경 썼다.
간단한 평면 구성만큼이나 중성적인 물성과 구조적 질서가 간결한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단순한 물성의 반복과 조합으로 가벼운 느낌 이면에 공간이 깊이 있게 전개되고, 그 관계가 풍부해진다. 이를 배경으로 쌓여 가는 정주의 시간은 또 다른 삶의 흔적을 남길 것이다. 공간은 그렇게 삶의 온도로 채워질 것이다.
작품명: 와촌리 창고주택 Ginseng Warehouse / 위치: 충청남도 연기군 서면 와촌리 618-2번지 / 설계: 정현아 / 설계팀: 오승현, 임서연 / 시공: 김대연 / 구조설계: 손강혁 / 용도: 단독주택, 창고시설 / 대지면적: 660m² / 건축면적: 151.2m² / 연면적: 151.2m² (단독주택 93.6m² / 창고시설 57.6m²) / 건폐율: 22.9% / 용적률: 22.9% / 규모: 지상 1층 / 구조: 경량철골조, 샌드위치 패널 / 외부마감: 아연도금 골강판 / 설계기간: 2012.02 ~ 2012.04 / 시공기간: 2012.05 ~ 2012.08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