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리 주택
길고 낮은 ㅁ자집이다. 경사진 도로면에 맞추어 지층이 필로티 형식의 주차장으로 계획되어 있고, 주거 공간은 그 위에 평탄한 지층처럼 펼쳐져 있다. 현관에서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바로 중정을 만난다. 중정을 옆에 두고 긴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깊이 있게 전개되고 있는 공간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중정은 집의 시작을 알리고 집의 곳곳으로 동행하며 구석구석을 지켜보고 있다.
현관을 들어서면서 마주하게 되는 거실은 과하다 싶게 느껴질 정도로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거실에서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지점에 자리하는 식당과 주방을 거쳐 다시 긴 복도를 지나면 동선 가장 깊은 곳인 침실에 이른다. 중정은 기다란 장방형의 공간과 동일한 형태로 집의 중심을 지키고 앉아 있고, 집안의 모든 공간은 그 가장자리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순환된다.
그 와중에도 장방형의 매스는 구분을 꾀하고 있다. 동일한 모듈로 분절되는 동시에 각각의 모듈이 가지는 향向과 공간의 깊이 차이에 의해 각 공간마다 각기 다른 성격이 부여되고 있다. 우선, 구조 방식의 차가 크다. 침실 영역과 서비스 영역에서는 단단한 콘크리트 벽체가 사용되고 있고, 거실과 식당 영역에서는 철골 기둥과 통 유리창으로 투명하게 해석되고 있다. 가로로 길게 마주하는 중정의 양 끝단에 위치하는 침실과 식당에서도 그 구분을 찾아볼 수 있다. 기다란 장방형의 중정을 사이에 두고 멀찌감치 떨어진 채 서로 다른 높이 차로 두 영역이 구분된다.
ㅁ자 안쪽으로는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가 싱그럽게 서 있는 마당이 자리하고, 바깥쪽으로는 무성한 숲길을 연상시키는 산책로가 나 있다. 같은 외부 영역이지만 투명한 내부 공간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구를 이루는 형태다. 두 외부 영역을 나누는 규모로 집은 한정되어 있지만 제한된 영역보다 훨씬 넓고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그러해서다. 특히, 앞서 언급한 대로 거실과 식당이 과한 듯 느껴지는 것은 두 외부 영역을 향하는 식당과 거실의 양쪽 면이 투명한 전창으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양쪽 면이 실제로 활짝 열리기도 하지만, 굳이 이 창을 열어젖히지 않더라도 공간의 안팎이 시각적으로 구분되거나 한정되지 않는다. 중정, 내부 공간, 외부 마당까지 막힘없이 관통되어 하나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며 드리우는 자연의 색과 그림자와 볕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와 닿는다. 집안 곳곳 가득히 자연이 유독 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집은 마당과 마당 사이에서 자연이 쉬어가는 여백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작품명: 문호리 주택 /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276-16 / 설계: 정현아 / 설계담당: 오승현, 박우린 / 구조설계: (주)터구조 / 기계, 전기: (주)하나기연 / 시공: (주)제효 / 대지면적: 2,091m² / 건축면적: 787.42m² / 연면적: 1,107.68m² / 건폐율: 37.84% / 용적률: 36.76% / 규모: 지하 1층,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외부마감: 석재 / 설계연도: 2017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