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주택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김소원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디아건축사사무소
녹음이 펼쳐진 산자락에 여유롭게 자리 잡은 2층짜리 집 한 채. 경사에 맞춰 기다랗게 놓인 박스 형태는 자연에 몸을 맡기려는 듯 그저 단정한 모습이다. 사용한 재료도 간결하다. 이 집을 의뢰한 건축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흙과 나무로만 지은 시골집을 원했다. 하지만 외국 생활을 오래했기에 벽이나 기둥이 없는 개방적인 공간에 훨씬 익숙하다는 점을 놓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지은 횡성주택은 흙과 돌로 만든 아궁이, 구들방을 갖춘 동시에 해외 전원주택의 거실처럼 천정이 높고 탁 트인 공간, 복층 통유리로 개방된 ‘퓨전 시골집’이 되었다.
이 집은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고, 방과 거실 벽을 400mm 두께 흙담으로 세웠다. 골조를 세운 다음 흙을 다져 흙다짐벽을 만든 것이다. 흡습과 잠열이 높은 흙의 특성 덕분에 단열과 습도를 조절하는 데 용이해졌다. 건축가는 여기에 H빔을 곁들였다. 흙벽의 투박한 느낌을 덜어내기 위해서다. H빔처럼 날렵한 부재는 흙벽의 둔한 선을 균형 잡아주고, 지붕을 떠받친다. 흙과 H빔으로 이어지는 재료 탐구를 거듭한 끝에 균열에 대비한 익스팬션 조인트까지 결합하면서 집은 보다 안정적인 구조체가 되었다. 재료 사이 유리창으로는 사방을 둘러싼 산세가 그대로 담긴다.
목재로 마감한 벽도 있다. 사용한 목재는 이빼나무로, 뭉개지기 쉽고 각이 서지 않는 흙의 성격을 보완한다. 안방 공간은 그에 딸린 작은 정원에 가려진 채 골짜기를 향해 열린 거실과 대비된다. 개인 공간처럼 조성된 정원과 거실 앞 너른 마당도 성격이 정반대다. 이들은 시야를 작게 모으거나 주변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은 또한, 아궁이에서 불을 때고, 그 열기가 구들로 전해져 방을 데운다. 고전적 생활방식과 거실을 중심으로 조성된 현대적 생활공간이 병치하는 형식이 재료와 구성의 대비와 더불어 드러난다.
횡성주택은 재료와 그것을 탐구해 찾은 구법을 시도하며 밟아 나간 과정 그대로 구축되었다. 특히 구조, 재료, 설비를 아우르는 기술로 어떻게 온전한 시스템에 이르렀는지가 중요했으며, 이는 곧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고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작업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묵직하게 다진 흙벽과 목재 패널, 구조 부재는 역할을 부여받은 요소로서가 아닌 존재하는 물질로서 뚜렷이 인식된다. 그 존재 방식은 자연을 배경 삼아 독립적인 영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작품명: 횡성 주택 / 위치: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산8번지 외 3필지 / 설계: 정현아 / 대지면적: 2,415m² / 건축면적: 173.02m² / 연면적: 174.82m² / 건폐율: 11.24% / 용적률: 11.22% / 규모: 지상2층 / 구조: 철골조 / 외부마감: IPE마감, 흙다짐벽, 리얼징크 / 완공: 2012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