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교 방음터널
Eungbong Sound Barrier
디아건축사사무소 | DIA architecture
다리 위 고가로 진입하는 7차선 도로 위로 선홍색 리듬이 일렁인다. 도시를 관통하는 진부한 아스팔트와 고층 아파트가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풍경 속이라 그 붉은 물결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차로 달릴 경우 잠시 스쳐가는 250m 길이로 그저 한 점에 불과할 수 있지만, 원경으로서는 회색빛 도심에 화색을 돌게 하며 시선을 모으는 방점이 되고 있다.
응봉교가 지나는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방음터널이다. 구조물로는 철골 I빔이 세워져 있고 스킨은 투명 폴리카보네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음터널의 단면이 기본 유니트로 계획되어 있지만 기존의 방음터널과는 사뭇 다른 몸짓을 만들어내고 있다. 1.5m 간격으로 세워진 철골 구조물의 형상이 조금씩 기울어지기도 하고 낮추어지기도 하며 높여지기도 하는 것이 그 이유다. 밋밋한 일자의 고가 도로가 붉은 빛의 율동감에 꿈틀거리며, 경쾌하면서도 자유로운 리듬을 타고 있다. 소음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공적 구조물이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기능에 충실한 것에 더 나아가 도시의 시각적 오브제로 작용되도록 감각적인 옷을 입은 것이다.
응봉교와 강변북로 등 주변 간선도로를 이동하는 차량들의 빠른 흐름 속에서 터널은 찰나적으로 인지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널 안에서는 조금씩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부재 의 흐름 사이사이로 도시의 풍경이 직조되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선홍색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반복과 변형 안에서 두 박자 반의 리듬을 타게 되는 일련의 시퀀스를 경험하게 된다.
터널 바깥에서 보이는 방음터널은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는 반투명의 긴 튜브가 된다. 철골 구조물 외의 불필요한 요소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구조물을 덮어씌우고 있는 투명한 표피 밖으로도 겹쳐진 구조물의 선홍빛 선들이 드러나면서 추상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 모습이 지루한 도심의 풍경을 잠시라도 지워내고 있다.
작품명: 응봉교 방음터널 / 위치: 서울특별시 성동구 응봉교 신설 북단 일대 / 설계: 정현아 / 설계담당: 임서연 / 구조: 한신공영주식회사 / 규모: 길이 247.5m, 너비 20.5~23.5m, 높이4.8~8.35m / 구조: 고강도 알루미늄합금 / 외장재: 폴리카보네이트 / 완공연도: 2015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