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집
Pangyo H Residence
단단한 회색 전벽돌의 외피가 집을 꼼꼼하게 싸매고 있다. 빈틈을 찾아보기 힘든 작지만 견고한 요새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외부에서 바라보이는 집은 어느 방향에서나 폐쇄적으로 다가온다는 의미다. 그나마 모퉁이를 돌아 들어가는 벽체가 곡면이라 위화감이 살짝 누그러진 채,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그제야 숨이 트인다. 주택 가운데에 중정이 자리하고, 그곳을 향해 집이 환하게 열려 있는 덕분이다. 갇혀 있는 공간 안에서의 자유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몸소 보여준다.
동판교에서 서판교로 넘어가는 대로변의 한 모퉁이에 위치한다. 대로변의 차량 소음을 차단하고 근접한 고층아파트의 시선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담을 두른 것은 아니다. 2기 신도시에서의 지구단위 계획에 담을 설치하지 못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집이 선택한 노선은 외관상의 폐쇄성이다. 대신, 이를 상쇄시켜 주는 장치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중정이다. 손가락 끝마디 모양의 대칭평면 안에 건축가가 네일아트라고 표현한 두 개의 크고 작은 중정이 자리한다.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내부면은 전벽돌의 외피와 달리 보드라운 질감의 목재(IPE)로 마감되어 있어서 외부와 내부가 자연스럽게 위계를 갖는다. 중정을 중심으로 한 내부지향적인 구성이 이루어지다 보니, 중정은 각 실을 수평 및 수직적으로 잇는 매개가 되고 있다. 각 실과 옥상을 잇는 동선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순환, 거실 및 식당과 두 개의 중정 사이를 잇는 10m가 넘는 기다란 보, 큰 중정과 현관에서 거실에 이르는 연결 통로, 다시 작은 중정으로 이어지는 과정 등이 모두 해당된다. 움직임 없는 성곽처럼 닫혀 있지만, 내부에서는 구축적, 기능적, 공간적 파편의 질서를 갖춘 채 동적이고 활기찬 삶의 패턴을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전혀 다른 색감과 질감과 이미지를 갖춘 각각의 재료들이 조합된 모습은 마치 ‘파편화 된 것의 질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특히, 작은 중정에서 이러한 감수성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노출콘크리트, 목재, 검은색 아연판 등 이질적인 재료들이 특별한 매개 장치 없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그러하다. 현관과 외벽에서도 벽돌과 목재가 강하게 병치되는 모습이 드러나는데, 각각의 견고함과 부드러운 성향이 대비되고 강조되는 장치가 된다.
재료에서 감지되는 파편의 질서와 비슷한 요소를 공간의 조합에서도 찾아보게 된다. 안방과 드레스룸, 세탁실, 빨래 건조공간은 기능적 파편들이 연결되어 중정을 중심으로 배열되어 있다. 옥상으로 가기 전 공간과 아이를 위한 이층방의 남측 창은 공간화 된 파편이다. 중정은 상징적이고 정적으로 보이지만 기능화 된 파편인 외부 주방과 연결되면 언제든지 동적인 파티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작품명: 손톱집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서울대학교) / 설계담당: 김정윤 / 용도: 단독주택 / 구조설계: 윤구조기술사사무소 / 시공: 이안R&C / 조경: 김용택 (KnL환경디자인스튜디오) / 대지면적: 258.7m²/ 건축면적: 127.68m² / 연면적: 298.79m² / 건폐율: 49.35% / 용적률: 97.46%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높이: 7.4m / 주차: 2대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전벽돌, 티타늄아연판, 목재(IPE), 노출콘크리트 /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비닐페인트 메이플무늬목, 메이플원목 / 설계기간: 2011.8~2012.4 / 시공기간: 2012.4~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