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사옥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김소원 디자인 김예진
자료제공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2002년 7월, 서울에 포진해 있던 국내 출판사와 인쇄업체가 대거 파주출판단지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당시 입주가 계획돼 있던 출판사 수만 210개에 이르렀고, 그중에는 단연 오랜 시간 주요 문예출판사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 온 문학동네도 있었다.
건축가의 첫 질문은 이러했다. ‘우리 문학의 소중한 텃밭인 문학동네의 사옥을 어떤 건축으로 드러내야 하는가.’ 그에 대한 답에는 언제나 그렇듯 ‘삶의 조건’이 앞선다. 50% 건폐율과 15m라는 높이의 한계, 그리고 9m 층고의 창고와 나머지 6m 높이 안에 확보해야 하는 두 개 층의 사무실 공간, 무엇보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6개월이라는 기한까지. 주어진 조건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기초를 제외한 모든 구조는 철골조다. 철골 시스템은 기초 공사를 하는 동안 미리 제작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을 맞추는 데 유리하다. 콘크리트 베이스 위에 트러스 형태의 철골구조를 쌓고, 동판 클래딩으로 둘러 직육면체 볼륨을 구축했다. 외피는 내부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암시한다. 하단부 창고 부분은 스탠딩심(standing seam)으로 접합한 동판이 감싼다. 단일 공간의 9m 높이를 수직면을 따라 이음매 없이 한판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상층부 코어에 사용한 코르텐강은 파주출판단지의 전반적인 물성을 따르려는 의도다. 그 옆 사무 공간으로는 유리와 수직 목재 루버가 더블 스킨을 이룬다. 목재 루버는 빛을 조절하는 동시에 금속과 유리의 이중주 속에서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건축 프로그램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된 볼륨의 외피는 몇 가지 물성으로 구성된 콜라주와도 같다. 그것은 재료와 시간, 빛의 매트릭스를 통해 다채로운 풍경으로 나타난다. 각각의 물질은 파주출판단지의 여러 인상을 담는 도시성의 집합이자 풍경의 스펙트럼이다.
사무 공간은 유리로 구획되면서 공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모호하게 엮인다. 이는 분리되어야 하면서도 함께 있어야 하는 작업의 특성을 반영한다. 유리 칸막이로 반복되는 투명한 경계들은 마치 거울이 거울을 비추는 듯한 공간의 깊이를 만든다. 두 개 층으로 나뉜 사무 공간을 연결하면서 포인트 장소가 되는 홀은 휴식과 회의, 강의 등을 겸한 다목적 공간이다. 4층 평면 한가운데 있는 중정은 내부 공간에 방향성을 만드는 기준이자 전체를 적절한 비례로 구획하는 기준으로, 이를 통해 실내에 빛과 공기를 들이고 옥상으로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그 오름 끝에 만나는 풍경은 비어 있는 마당이다. 일상의 삶이 문학을 만나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듯, 문학동네 사옥은 절박한 조건 속에서 주어진 프로그램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지평을 열고자 한다.
작품명: 문학동네 사옥 / 위치: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문발리 513-8번지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 강원필 / 설계팀: 김정훈, 장기욱 / 시공: 주.예림건설_김종규 / 구조설계: 황윤선 / 전기: 신한전설주식회사 / 설비: 주.기한엔지니어링 / 대지면적: 1,651.40m² / 건축면적: 823.50m² / 연면적: 2,503.04m² / 건폐율: 49.87% / 용적률: 151.57% / 규모: 지상 4층 / 구조: 철골조 / 외부마감: 동판, 적삼목루버, 내후성강판 / 내부마감: 석고보드위 비닐페인트, 펀칭메탈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