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클리닉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김소원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한라산과 오름, 푸른 바다를 낀 해안선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제주. 그런 대자연의 섬에도 인구 44만 명이 모여 사는 시내가 형성돼 있다. 길게 뻗은 자동차 도로와 반듯한 격자형 블록,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밀집된 도시 공간. 그 중에서도 6차선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멈췄다 가는 교차로에 ‘정 클리닉’이 들어섰다. 이 장소성은 프로젝의 출발점이자 주안점이며 정체성의 바탕이 된다.
정 클리닉은 특정 분야의 전문 기능을 담되 주어진 도시 조건에 대응해 도시의 장소성을 일깨워준다. 교통량이 많은 곳인 만큼 오가는 사람들에게 마당을 열어 공간을 내어 주었다.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여러 옥외 공간은 다시 도시의 보행로와 이어지고, 간선도로에 면한 공간은 팽나무를 비롯해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제주 식물과 연못으로 꾸몄다. 사유지임에도 공공에 공간을 내주는 넉넉함은 사방으로 열린 제주의 지역성을 닮았다.
건물은 교차로 특성과 모서리 위치에 따라 동서남북의 방향성을 갖는다. 정원으로 개방한 공간을 제외한 1층에는 상업시설과 약국이 있고, 2층부터 4층은 분과별 진료 공간과 대기실을 두었다. 내부 곳곳에 홀과 테라스를 두어 열린 공간의 흐름을 유지하며 한라산과 바다를 향한 전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회백색 현무암 빛의 노출 콘크리트 벽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기둥, 목재 루버, 철골 구조를 사용해 다채로운 입면을 만들었다. 저층부에서의 이러한 표현은 외부 공간과 연결됨은 물론, 내부 진료 및 휴식 공간까지 이어지면서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든다. 삼층으로 열린 중앙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내부 시설을 향해 동선이 순환된다.
시내 교차로를 걸어 들어온 보행자는 정 클리닉의 보행로와 산책로를 지나 병원, 약국, 카페, 테라스 등 원하는 공간으로 향한다. 소란한 도시에서 평온한 내부로, 그리고 다시 고요한 외부로 이어진다.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과 만나는 방식과, 특수한 기능이 보편적 도시 공간을 만나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작품명: 정 클리닉 / 위치: 제주시 오라1동 1063-5번지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 / 설계팀: 문주호, 김예리 / 시공: 이안알엔씨 / 건축주: 정클리언스 / 용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1,764m² / 건축면적: 751.96m² / 연면적: 3,233.64m² / 건폐율: 42.63% / 용적률: 99.3% /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커튼월, 제주석 등 /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