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헌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전효진 차장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3세대를 위한 단독주택 ‘화헌’은 자연이 점거한 작은 성과 같은 집이다.
대지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전형적인 단독주택지에 위치한다. 평범한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고립감이 느껴지는 땅이다. 아마 그 이유는 사면이 모두 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비슷비슷한 규모의 주택들이 그 너머로 포진해 있는 탓일 것이다.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저 멀리 북한산의 봉우리들마저 이 동네, 이 땅을 포위하고 있다.
화헌은 북한산의 봉우리를 매개체로 삼아 주변 맥락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기하학적인 형태로 조각난 건물 상층부의 모습은 역동적인 봉우리들을 떠오르게 한다. 화헌, 이름처럼 활짝 핀 꽃을 닮은 이 집의 독특한 형태는 북한산의 봉우리로 인해 당위성을 부여받는 것이다.
지붕 형태는 법적 제약과 토지 활용성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여러 개의 작은 매스가 저마다 다른 지점을 향해 뾰족하게 튀어나간 상층부는 사방의 서로 다른 사선 제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각형의 대지 모양을 그대로 본떠 평면을 만든 것도 주어진 토지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건물은 두 개 층 높이에 달하는 고저 차 위에 서있다. 자연히 수직적인 이동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헌에서는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유람의 즐거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주출입구인 대문에서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수직 경로에 시각적, 공간적 장치를 삽입한 덕분이다. 선뜻 형태를 예측할 수 없는 정원들, 제각기 독특한 모양의 창문들은 매 순간 다른 장면을 선사하며,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수직 동선을 산책로로 바꿔 놓는다. 건물 중심부에 삽입된 두 개의 중정은 일종의 침입자가 되어 실내 공간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고, 집 곳곳으로 숲의 평안함이 스며든다.
작품명: 화헌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동 / 건축가: 김효만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정경진, 송승희, 장수경, 김지연 / 시공사: 제효 / 주요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 353.92m² / 건축면적: 167.88m² / 연면적: 441.69m² / 건폐율: 47.43% / 용적률: 84.83% / 층 수: 지하2층, 지상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일리디움판, 노출콘크리트, 투명복층유리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락카 / 완공: 2013 / 사진가: 세르지오 피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