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하우스
박공지붕 아래 청고벽돌을 쌓아 올린 평범한 주택의 전형을 하고 있는가 싶다. 하지만, 가로와 접하고 있는 입면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평평한 벽돌의 입면을 도려낸 채 입체적인 조형을 발하는 그 모습이 그저 평범하지는 않다. 공간 속의 공간이다. 짙은 벽돌 집 속에 또 한 채의 나무 집이 들여다보인다. 건축주 부부와 시어른 한 분, 부부 슬하의 아들 내외 등 삼대가 함께 거주하는 보금자리다. 아들이 한 명 더 있긴 하지만 신부님으로 가끔씩 집에 묵는다. 공간 속의 공간이라는 체계는 각기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각 구성원들의 일상을 하나의 공간에 엮은 작업임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주택의 가장 보편적인 재료 중 하나인 벽돌로 평범한 주택 양식을 표현하고 있지만, 신접살림을 차린 둘째 아들 내외를 위해 또 하나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구성해 놓은 것이다. 마치 캥거루 주머니 안의 캥거루처럼 부모의 공간 속에 자녀의 공간이 안겨 있고 품어져 있는 모습이다. 벽돌로 된 전체 집에 폭 쌓여 있는 아들 내외의 집은 나무로 된 집이다.
가운데 자리하는 보이드 중정을 기점으로 집은 사분면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공간의 바닥은 각기 다른 높이를 가지고 있어서 네 공간은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층간이 연결된 공간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 사이 공간으로 빛과 바람이 집 안팎을 관통하면서 건강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낸다. 1층의 부부 공간과 2층의 아들 내외의 공간은 작은 중정과 2층 높이로 뚫린 부엌의 보이드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각자의 공간이 물리적으로 구분되는 동시에 이어져 흐르는 것이다.
집은 경사지붕과 평지붕을 모두 갖추고 있다. 경사지붕을 통해서는 주택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장 독특한 체험인 지붕 아래 공간을, 평지붕을 통해서는 옥상정원 등 지붕 위의 공간을 각각 선사한다. 경사지붕을 가진 높은 천장 아래에는 아들 내외의 주거 공간이 자리하는데, 경사지붕의 1/4 부분은 둘째 아들이 사무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다락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1/4 부분이 평지붕으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옥상공간으로 활용된다.
작품명: Kangaroo House _부모와 자신이 조화롭게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집은 어때야 할까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575-6 / 설계: 유현준건축사사무소-유현준, 허진성, 손인실 / 용도: 단독주택 / 시공: Samdae / 대지면적: 247.2m² / 건축면적: 120.62m² / 연면적: 222.4m² / 규모: 지상 2층 / 높이: 8.94m / 건폐율: 48.79% / 용적률: 89.96%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회색벽돌, 적삼나무, 아연 코팅 강철 지붕 / 내부마감: 페인트 / 설계연도: 2013 / 시공기간: 2014.2~11 / 사진: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