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 제이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김소원 편집 여승윤
자료제공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명품 브랜드가 모인 청담사거리 뒤편, 6차선 도로를 벗어나 비교적 자잘한 건물이 늘어선 골목에 플레이스 제이가 자리한다. 별것 아닌 것이 때로 별다름으로, 한껏 부린 기교가 때로 식상함으로 작용하는 청담동에서 크림색 석재 건물은 불규칙한 대지와 경사진 지형, 복잡한 사선제한이 만들어 낸 조형으로 의외의 특별함을 더한다. 여기에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주어지면서 서로 다른 층위의 조건을 다룬 결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건물에는 판매 공간과 사교 및 행사를 위한 복합 공간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이 관계를 맺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필요에 따라 공간이 연결되는 체계가 필요했다. 건물은 청담동 안쪽 길들이 만나 접점을 이루는 모퉁이에 자리한다. 즉, 세 면이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다. 드러낸 면마다 레벨이 모두 다른 입구를 트고, 이를 통해 길과 건물은 좀 더 직접적으로 관계한다.
부정형 대지와 도로 사선제한으로 생긴 사선은 오히려 보는 위치에 따라 전체 인상이 달라지는 효과를 만들었다. 도시 차원에서 주변과 관계하는 방식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는 것이다. 수직 라인이 전개되는 외벽에 파고든 갈색 스테인리스 공간은 발코니, 테라스, 출입구로 도시 공간과 대화를 시도하는 장치다.
마찬가지로 내부에는 다양한 형상의 공간이 등장한다. 장애물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비워 세 개 층 높이로 열린 사교 공간, 벽을 따라 자유롭게 뚫린 네모 창, 발코니와 연결된 미팅 룸, 삼각형 프레임 안에 하늘을 담은 옥상 정원까지. 이곳의 공간은 층마다 제각각의 크기와 깊이를 가지며 흐름과 개방성을 만든다.
대리석 루버가 만드는 선의 집합은 묵직한 덩어리를 분절한다. 반복된 직선이 자아내는 경쾌함과 체적에서 전해지는 중량감은 건축가의 의도로 빚은 패러독스다. 그리고 최대한의 용적률을 채우는 비움의 공간, 사적으로 소유된 공간 속에 개방된 시설, 필요에 따라 서로 연결되는 분할된 영역, 이 모든 패러독스의 집합이 플레이스 제이를 만들었다. 다른 목표를 지향하는 의도들의 궤적, 그 안에 품은 공간이 곧 건축이 되었다.
작품명: 플레이스 제이 / 위치: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81길 12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 / 설계팀: 문주호, 김예리 / 용도: 소매점, 일반음식점, 단독주택 / 대지면적: 572.4m² / 건축면적: 342.49m² / 연면적: 1,959.61m² / 건폐율: 59.83% / 용적률: 198.59% / 규모: 지하 2층, 지상 5층 / 주차: 15대 / 높이: 25.20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