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앤 샵
Nonhyeon-dong N SHARP
건물이 서 있는 곳의 지면이 깊다. 골목길이 상당히 가파르다는 뜻이다. 개발 당시에 만든 블록의 내부 도로가 지형과 무관하게 격자형 직선으로 생긴 탓에 차도 사람도 속도를 내기 어려운 급한 경사를 감내하고 있다. 그 정도를 물리적으로 설명해 보자면, 7층 높이의 건물 중에서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가 가로에서 건물로 직접 진입이 가능한 7미터에 가까운 높이차를 가진다. 가장 완만한 쪽에서 주차장으로의 출입을 해결하고 있고, 낮은 지면 쪽에서는 지하층 임대공간으로 바로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급격한 경사지의 약점을 건물과 도시가 만나는 지면을 두껍게 다루는 것으로 해결한 덕분에 오히려 득이 되는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시 가로의 활기와 보행자들의 자유로운 부유浮游가 다양한 높이에서 건물 안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지면을 두텁게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옹벽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대지 조성을 위해 닫힌 덩어리로 존재해야 마땅할 높은 옹벽이 해체되어 도로와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 대신 여러 개의 판plane이 세로로 세워져 건축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요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지형으로 인해 생길 수밖에 없는 옹벽이 건물의 일부분으로 다루어진 것이다. 여러 장의 판들 사이사이에는 특정되지 않은 간격이 있어 그 틈을 타고 도시와 소통이 이루어진다. 판과 면하는 급격한 경사로에는 공공을 배려하여 내어준 보행 계단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판에는 돌, 나무, 콘크리트, 금속 등 비교적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고 있는데, 재료 하나의 단위 모듈이 잘게 나누어진 형상이다. 최대한 안으로 들어가 있는 투명한 유리창이 두꺼운 석재 외벽과 대조되는 장면 또한 분절을 떠올리게 된다. 서로 다른 크기와 질감으로 독립된 각각 판들이 동선을 따라 분리되거나 겹쳐지며 건물 외피에 깊이를 부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사로가 가진 지면의 깊이가 판과 판 사이의 공간감으로 치환된 모습이다. 그 입체감이 실감나게 전달된다. 도로 폭에 비해 높은 건물이다. 따라서 건물을 세로로 분절시킴으로써 거대한 하나의 매스로 보이는 것을 피하고, 결과적으로 골목 밀도와 조율을 꾀하고 있음이 한눈에 전해진다.
공간의 분절을 만들고 있는 판과 판 사이에는 시각적 소통과 더불어 물리적 동선도 놓여 있다. 저층부의 일자 계단이 기준층에서는 회전하여 오르내리는 돌음 계단으로 바뀌다가 사옥으로 사용되는 상부층에 이르면서 다시 풀어진다. 법규 제한선에 대응하는 동시에 동선의 변화로 경험의 속도를 바꾸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층의 진입 테라스와 계단실에서 문득문득 보이는 도시의 원경이 상부 테라스와 옥상 정원에 이르면서 마침내 온전하게 펼쳐진다. 판과 판 사이, 판을 옆에 끼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완전히 열린 공간을 마주했을 때 등등 밀도 높은 골목 안에서 관조되는 건물 밖 도시의 풍경과 원근감이 각각의 지점마다 달라진다. 각 높이마다 다르게 전개되는 다채로운 조망이 각 층 고유의 가치로 평가되고 재생되는 것이다.
작품명: 논현동 N SHARP 사옥 /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21번지 / 설계: 정현아 / 설계담당: 박우린, 신세철 / 구조설계: (주)터구조 / 기계, 전기: 하나기연 / 시공: (주)다산건설엔지니어링 / 대지면적: 289.6m² / 건축면적: 143.44m² / 연면적: 980.92 m² / 건폐율: 49.53% / 용적률: 227.11% / 규모: 지하2층, 지상7층 /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석재 / 설계기간: 2016. 4. ~ 12. / 시공기간: 2017. 2. ~ 2018. 6.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