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리주택 2
Donggeomri Residence 2
작은 섬들과 어우러지는 갯벌이 평온하게 펼쳐져 있다. 저녁 무렵 하늘에 노을이 물들 때면 풍경이 발하는 고즈넉함은 더욱 진해진다. 미풍에 실려 오는 바다 냄새를 맡으며 집은 아침저녁으로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 장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서해를 향해 흘러내리는 완만한 구릉지에 위치한다. 그 구릉을 따라 개간한 세 단의 다랑이 밭이 있던 곳이다. 이러한 지형의 변화까지도 섬세하게 감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경사면에 뿌리박은 바위처럼 집의 일부분이 지반 속에 묻혀 있고 외관이 단순화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덕분에 비교적 넓은 터가 공간 구성을 위 해서는 최소한으로 할애되고 있다. 나아가, 주변을 조용하게 떠다니는 서해 특유의 서정적인 풍경이 집터 안으로 넉넉하게 들어오는 장면으로 귀결된다. 주변의 자연 풍광을 배려하고 물리적으로 공간을 내어줌으로써 자연과 일체가 되고자 한 것이다.
구릉에 놓이는 집이다 보니 위층과 아래층이 모두 지면과 접하고 있다. 하지만, 상하층의 공간 구조와 구성은 대조적이다. 거실, 식당, 주방 등의 공적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부는 목재 데크가 깔린 중정을 사이에 두고 두 채의 직육면체가 선형으로 마주보며 앉아 있다. 상부의 두 집 모두 최소한의 수평지붕과 벽만을 가진 투명한 유리 볼륨으로 중정과 주변을 향해 환하게 열려 있다. 두 채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한 낮의 공간인 거실, 식당, 부엌 등의 실내 공간이 중정, 바깥마당, 주변 경관 등의 실외로 시각 및 물리적으로 확장되고 통합된다.
분리된 두 채의 상부와 달리 기단의 하부는 땅에 안착된 하나의 덩어리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전개되고 있다. 투명한 상부와 대조적으로 불투명한 벽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차단된 채 침실과 가족실이 내밀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침실에서도 지층에서 접할 수 있는 근경의 자연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내부 공간과 연결된 외부 데크, 원룸과 같은 공간, 온가족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개방된 부엌, 빛으로 가득한 화장실, 열린 거실과 그와 대조적인 내밀한 침실, 집의 모든 영역에서 바깥 풍경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서해의 원경과 근경이 조용하게 드나들며 공간과 조우하는 장면으로 공간이 완성되는 것이다.
작품명: 동검리주택2 / 위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 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건축학과)+모노건축사사무소 / 지역지구: 관리지역, 미지정 지구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545.00m² (별동), 706.00m² (본동) / 건축면적: 183.16m² (별동), 116.85m² (본동) / 연면적: 222.22m² (별동), 201.40m² (본동) / 규모: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징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