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비전관
학교의 본관인 스크랜튼관 뒤편에 새롭게 들어선 공간이다. 창고와 변전소, 화장실 등 기존에 자리하던 잡다한 시설이 정리된 장소에 식당, 도서실, 특별 교실 등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계획된 것이다. 남쪽에 교실이 배치되어 있는 스크랜튼관은 일자형 복도를 가진 학교 건물의 전형을 하고 있다. 그 뒷쪽에 틀어진 ㄷ형의 비전관이 새로이 덧붙여진 형태다. 기존 스크랜트관의 배면과 새로운 비전관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마당이 생겨나 자리한다. 철재 계단과 계단참, 목재 데크 및 광장형 계단, 브리지 형태의 연결로 등이 조합되어 마당은 입체적인 구성을 띤다. 그곳을 중심에 두고 순환 트랙형으로 스크랜튼관과 비전관의 두 교사가 하나의 볼륨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프로그램 밴드program band‘가 순환 트랙을 따라 완성된 모습이다. 외부 공간은 지하층부터 최상층까지 연속되어 있고, 각 층마다 학생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자리한다. 외부 공간의 하부에는 식당, 강당 등 대공간이 배치된 ‘프로그램 플라자program plaza’가 형성되어 있다. 프로그램 밴드와 프로그램 플라자의 서로 다른 구조 시스템은 내부 공간의 분위기를 보다 극적으로 연출한다.
내부 마당을 순환하는 복도를 따라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유리가 삽입되어 있다. 원색으로 악센트를 준 복도의 입면이 입체감 있는 마당과 조우하며 명랑한 정경을 만들어 낸다. 색유리는 트랙을 거니는 학생들에게 리듬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장소임을 암시하는 일종의 메타포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전관과 도시의 경계면에는 컬러 루버가 설치되어 있는데, 트랙의 색유리와 비슷한 의도와 이미지를 담은 장치다. 실제로는 주변 고층 건물의 시설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막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동시에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학교 정신을 표현하고 상징하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길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등하교하는 학생들에게 이색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흥미롭고 생기발랄한 건축적 장치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이화외고에서 돋보이는 건축적인 장치들은 대부분 프로그램과 동선과 외부 공간을 통합하고 기능과 상징을 융합한다. 대지 형태가 복잡하고, 높낮이가 불규칙하며,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요구되는 가운데 건축은 주어진 여건에 비해 간단 명료하게 접근하고 있다. 단순한 시스템을 지닌 융합장치로서의 공간 개념을 지향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작품명: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비전관 / 위치: 서울시 중구 순화동 1-1외 12필지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서울대학교) / 건축주: 학교법인 이화학원 / 지역지구: 제2종일반주거지역 / 용도: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 / 대지면적: 54,125m² / 건축면적: 기존_7,872.46m², 증축_2,217.76m², 합계_10,090.22m² / 연면적: 기존_34,616.33m², 증축_6,601.75m², 합계_41,218.08m² / 건폐율: 18.64% / 용적률: 56.45% / 규모: 지상3층, 지하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철골조 / 외부마감: 알루미늄바, IPE 목재, 컬러복층유리, 노출콘크리트 / 설계기간: 2004.5~2005.9 / 시공기간: 2005.9~2007.8 / 완공: 2007 / 사진: 김재경 (건축가제공), 박완순 (건축가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