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슬 유치원
대지 전면으로 거대한 아파트군이 자리하고 기간 도로가 예정되어 있는 곳이다. 도시화 현상이 급속히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반면, 대지 배면으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위치하고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수림으로 조성된 자연 법면이 전개되고 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적 배경과 시간이 지나도 변화하지 않는 자연적 배경의 접점에 위치한다는 의미다. 변화를 예고하는 도시를 향해서는 열려 있는 건축적 자율성이 감지되고, 제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는 자연을 향해서는 건축적으로 상생하고 조우하는 태도가 보인다. 외관상으로는 지상 3층 규모의 직육면체라는 보편적인 틀을 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실험적인 구조를 담는 방식으로 그 개념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건축가에 의해서 선결된 조건이 주어져 있던 프로젝트다. 20% 건폐율이 한계까지 채워져 교실이 배정되고, 그 면적에 의해 건물의 경계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사업성 있는 유치원 면적을 그대로 확보하려면 단순하고 집적된 형태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야외 유원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지 내 건물의 위치도 변경이 불가한 형편이었다. 이듬해 개원하는 일정 역시 제한적인 조건이 되었다. 4월에 시작해 연말까지 준공 및 사업인가를 얻는 일정으로는 상기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기에, 주어진 틀 위에 새로운 개념을 포개어 전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평면 상으로 직사각형의 외부 경계선이 이미 주어져 있어서 그 경계를 따라 구조적 요소를 배분하고 있다. 경계선 내부에는 유니버설 스페이스가 구축된 동시에 다양한 레이어의 플랫 슬래브 시스템이 이루어져 있다. 야외 유원장 및 도시로 향하는 입면은 소통을 위해 개방적인 구조로 열어 놓고 있다. 25×65×15T의 철재 각파이프 기둥이 1.8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그것으로, 외부로 돌출된 다양한 기능들이 입면상의 어떤 위치에나 콜라주 형태로 존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건물 뒤편에서는 단순한 수평 형태의 목재 스크린 파사드로 대응하여 자연과 어우러지는 질감과 색감과 표정을 제안하고 있다.
직사각형이라는 기본적인 수직의 틀을 제외한 나머지 건축 요소들, 즉 슬래브와 외부면에 매달린 매스와 계단과 같은 수직 통로 등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는 자율성을 갖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외부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열려 있는 입면을 통해 변화하는 도시와 원활하고 자율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개방된 전면부에 입체적으로 돌출되어 있는 공간은 원무실과 수직 계단으로, 실제 규모의 레고 블록이 취합된 방식처럼 본체와 결합되어 공중에 떠 있다. 교실이라는 경계 지어진 공간에서 또 하나의 공간이 자유로이 빠져나와 있는 형태는 아이들의 영글어진 꿈을 형상화한 것이다. 중력을 이겨내는 듯 가볍게 부유하는 형태 그 자체가 몸과 시각으로 체험되는 공간 인지의 교제가 되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이 될 것이다. 완공으로 종결지어지는 개념의 공간이 아니다. 건축가의 손을 떠난 이후 내구성이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사용자들의 경험과 활용으로 채워지고 변화하는 주변과 호흡하게 된다. 그 과정에 걸쳐 수많은 용도 변화에 대응하며 스스로 변태가 가능하도록 건축적 장치를 제공해 놓은 공간이다.
작품명: 지예슬유치원 / 위치: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306-1외 2필지 / 설계: (주)보이드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 (장기욱, 이규상) / 설계담당: 김정은, 권미리 / 구조담당: 윤구조 / 시공: 이안알앤씨 / 용도: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 / 대지면적: 1,966m² / 건축면적: 393m² / 연면적: 1,308m² / 건폐율: 19.97% / 용적률: 49.8% / 규모: 지상3층,지하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적삼목,폴리카보네이트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석고보드 위 페인트, 강화마루 / 완공: 2006년1월 / 사진: 건축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