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ONE
에디터 현유미 부장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이뎀건축사사무소
근린생활시설이란 주택가나 그 인근에 위치하여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시설물을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극도로 자본주의화된 현대 도시에서 근린생활시설은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듯하다. 이용자의 편익보다는 소유자의 수익 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현상이 일반화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임대건축물이 근린생활시설의 전형으로 자리 잡는 주객전도의 결과를 낳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근린생활시설은 도시민들이 먹고, 자고, 노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텔은 근린생활시설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행위를 지원하며, 동시에 높은 수익을 낸다. 행위의 본질은 동일하나 근사한 포장 덕분인지 사람들은 호텔을 즐기기 위해 비싼 값을 기꺼이 지불한다.
만약 도시의 수많은 근린생활시설에 호텔과 같은 지위를 쥐여주고, 그에 걸맞은 새로운 건축 원리를 찾으라 한다면, 자본가와 건축가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청주 시내에 위치한 F.S.ONE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입점한 건물은 용도상으로는 평범한 근린생활시설이지만, 작동 원리는 호텔에 가깝다. 다만 일반적인 호텔이 안락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매개로 먹고, 놀고, 쉬는 행위를 끌어낸다면, 이곳에서는 계단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건물 전면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외부 계단은 상당히 거대하다. 단순한 수직 이동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고대 지구라트의 계단처럼 초월적인 지위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F.S.ONE의 계단은 놀이터이자 광장이고, 각자의 시선으로 도시 풍경을 담아내는 관람석이며,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열린 플로어다.
건물 전면에 서면, 길이도 폭도 다른 네 개의 매스가 각기 다른 위치에 돌출된 모습을 보게 된다. 하단에 위치한 두 개의 매스는 상부에 계단을 이고 있다. 전면에서는 사각형 테두리만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전면에서 후면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매스의 전체적인 형태를 볼 수 있다.
상단에 위치한 나머지 두 매스는 필로티 구조로 띄워져 있으며, 그 하부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매스가 돌출된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필로티 하부라 하더라도 공간감은 저마다 다르다. 이용객은 어디에나 자유롭게 걸터앉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시를 조망한다.
매스들이 만나는 중앙부에는 다채로운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는 넓은 폭의 계단이 자리한다. 최상층 매스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계단 부분과는 다르게 독립적인 활용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밑에 그늘을 만들어주어 계단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볕을 피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준다.
F.S.ONE은 호텔의 프로그램을 재현하기보다는, 그곳을 찾는 이용객의 마음을 염두에 두고 기존 근린생활시설에서 찾기 힘들었던 공공성을 함께 담고자 했다. 아울러 계단과 같은 공간을 통해 근린생활시설의 단편적인 건축 형태를 넘어서려는 시도도 담겨 있다. 임대 중심의 근린생활시설이 아닌, 도시 속 자연스러운 만남이 일어나는 ‘노천호텔’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곳에서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명: F.S.ONE / 위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성화동 459번지 / 설계: 이뎀건축사사무소 (곽희수) / 시공: 주.삼협종합건설 / 구조설계: 에스디엠 파트너스 / 기계설계: 주.우림설비기술사사무소 / 전기설계: 주.두원설계사무소 /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735.30m² / 건축면적: 512.70m² / 연면적: 961.33m² / 건폐율: 68.39% / 용적률: 128.49% / 규모: 지상 5층 / 주차: 7대 / 높이: 20.1m / 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설계기간: 2012.3.~2012.6. / 시공기간: 2012.7.~2013.12. / 준공: 2013.12.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