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독재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 IROJE KHM Architects
굵고 하얀 빗줄기처럼 사선으로 쏟아져 내리는 철재 가림막이 인상적이다. 파도가 일 듯 마디마디 골곡마저 강해서 거리 모퉁이에 자리한 집이 역동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느낌이다. 알루미늄파이프스크린이다. 삼면이 드러나기 쉬운 위치인 만큼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내부를 가려주고, 직사광선과 소음 또한 여과시킬 수 있는 건축적 장치다. 그 원래의 의도와 상충되게도 외부의 시선을 오히려 자극하며 잡아끄는 조각적인 요소, 돋보이는 파사드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싶다.
굽이치는 백색 스크린을 통해 모퉁이 대지 삼면의 연속성이 동적으로 연출되고 있고, 반투명의 그 틈새로 집의 풍경이 얼핏얼핏 스케치된다. 사이사이로 갈라져 보이는 집의 속살은 선으로 면을 나누는 미술작품의 일종인 ‘스트라이프 콤포지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당, 창, 벽, 계단 등의 파편적인 면들이 파이프의 사선으로 나누어지고, 그 나누어진 면들이 색이나 재질을 달리하여 배치되어 있는 듯한 비건축적 풍경이다. 밖을 바라보는 내부에서도 동일한 경험이 이루어진다. 거리, 주변의 나무와 나지막한 구릉, 하늘과 빛 등이 파이프 사이로 부서져 보인다. 유사한 형태의 단독주택들이 연속되어 있는 콘텍스트 가운데 기존 맥락과는 다른 비건축적인 풍경이자 새로운 형태의 조경성을 삽입해 놓은 모습이다.
집은 자연광을 풍성하게 받아 안을 수 있도록 온전한 남향으로 앉혀져 있다. 내외부 공간의 모든 지점에 겨울철 남향 빛을 유입시키기 위해 채택한 요소는 부채꼴 레이아웃이다. 남향을 축으로 중심부에 부채꼴 안마당이 여백으로 자리하고, 크고 작은 두 개의 부채꼴 매스가 좌우 양쪽에서 안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70평의 소규모 대지 안에 독립적이고 정통적인 마당을 온전히 갖추고 그 면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로티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필로티 진입마당, 부채꼴 안마당, 필로티 정자마당, 지하마당, 옥상마당 등 각각의 마당들은 다양한 성향과 형태를 갖고 수직적으로 안배되어 있다. 지하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공간은 ‘유람하듯’ ‘소요하듯’ 흘러가며 자리한다. 엇갈리게 배치된 서로의 자리를 직간접적으로 바라보며 소통할 수 있어 그 흐름이 더욱 명확하게 경험된다.
가족들의 주요 일상이 이루어질 거실과 식당은 2층에 자리하는데, 이곳에서 3층의 서재 및 자녀 침실로 연계되는 지점이 특별히 강조되고 있다. 널찍한 스탠드형 계단 한쪽에 피아노, 드럼, 홈 바가 배치되어 또 다른 형태의 거실이자 가족실이자 공연장이 마련된 것. 주요 공간을 오가는 일상의 와중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항상 상호 소통하고 친교하는 상징적이고도 실질적인 공간이다.
작품명: 경독재 /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1108-4 / 설계담당: 정경진, 송승희, 장수경, 신은진, 김혜진 / 지역·지구: 제1종전용주거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 주요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236.30㎡ / 건축면적: 115.68㎡ / 연면적: 329.66㎡ / 건폐율: 48.95% / 용적률: 91.55% / 층수: 지하1층, 지상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드라이비트, 알미늄각파이프, 불소코팅, 투명복층유리 / 내부마감: 콘후로아마감, 온돌용목재후로링, V.P, 스틸판, 우레탄페인트 / 설계기간: 2010.3.~2010.7. / 공사기간: 2010.9. / 완공일자: 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