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마을교회
수평의 길고 나지막한 상자가 땅 위에 살며시 놓여 있다. 평화롭고 순전한 자연 앞의 낮은 자세도, 화려한 수사가 없는 검소한 표정과 물성도, 모두 겸손하게 여겨진다. 그 모습이 거대한 제단 같기도 하다. 내세우지 않으니 정갈한 느낌이 오히려 더욱 크게 다가오고, 하늘과 이겨보겠다거나 자연을 억누르겠다는 탐심이 전혀 없어 보이니 믿음과 신앙이라는 장소성이 더욱 진하게 전해진다.
교회가 자리하는 장소는 산중턱으로 마을과 자연이 만나는 지점이다. 자연과 마을을 연계시키는 매개공간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장소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액자로 계획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세상은 교회라는 액자를 통해 ‘창조주가 보기에 좋았더라’ 한 자연을 바라보게 되고, 자연은 창조주의 아름다운 창조물 중 하나인 세상에 속한 인생들을 접하게 된다. 교회를 거점이자 관문으로 삼아 자연과 세상이 조우하는 것이다. 소통하는 것이다.
아무런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서로의 존재감을 인지하기에 둔할 수 있다. 교회에 액자 혹은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한 것은 신앙이나 믿음이라는 개념을 교회라는 일종의 건축적 장치로 치환시킨 작업이다. 이를 통해 보다 세심하게, 무엇보다 감사하게 주변의 자연과 이웃을 배려하도록 이끄는 사명을 이루어가도록 말이다.
이런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는 건축물의 볼륨이 땅 위에 살짝 떠 있는 형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교회와 교인들이 속한 곳은 이 땅과 이 세상이 분명하다. 물리적 상황은 그러하지만, 성경 말씀에 순종하는 태도로 세상적인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하늘의 정신과 가치에 속하고자 하는 신앙의 의미와 의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모세가 신발을 벗고서야 창조주에게 다가설 수 있었던 호렙산 정상에서의 장면처럼!
외장재로 사용된 노출콘크리트는 장식과는 거리가 먼 재료다. 원래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낸 채로 빗물에 젖어들고 바람에 풍화되며 빛에 바래갈 것이다. 강대상에 놓인 십자가 건너편의 녹슨 벽면 또한 세월과 함께 자연이 이끄는 대로 순응하며 나이 들어갈 것이다. 이는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순종으로 감당해낸 그리스도의 고난이 추상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더불어 그 육신을 상하게 만든 장본인과 죄인은 누구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하늘 창을 통해 스며드는 빛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 된 땅과 죄 된 인생들을 위해 화평과 구원자로 오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뜻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작품명: 푸른마을교회 / 위치: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 산25-3 / 사무소명: 코마건축사사무소 / 용도: 종교시설 / 대지면적: 2,109.00㎡ / 건축면적: 387.42㎡ / 연면적: 489.82㎡ / 규모: 지하1층, 지상1층 / 건폐율: 18.37% / 용적률: 14.41%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준공연도: 20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