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학교
Ewoo School
산자락에서 시작된 땅이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곳이다. 13,000평의 부지에는 맑은 시내가 흐르고 있고 소나무 군락이 오래 전부터 터를 잡고 서 있다. 터와 어우러지고 있는 모든 자연을 벗으로 존중하고 그 일부로 함께 지내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선 대안학교다. ‘벗과 함께’라는 이우(以友)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중학교 180명, 고등학교 240명으로, 생태적인 환경과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공존하는 작은 학교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은 이러한 정신을 물리적인 형태로 표현해 내며 학교에서의 일상 가운데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드는 매개체로서 존재한다.
학교를 구성하고 학교와 어우러지는 모든 환경은 그 자체로서 학생들의 교재가 된다. 건축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교재로서의 건축은 주어진 자연을 벗 삼는 이념을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미시 기후 조절, 다양한 비오톱biotope 조성, 태양열과 자연 환기를 이용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 녹색 통로 구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나아가, 우수와 오수의 활용, 실개천을 이용한 세 단계의 수변 공간 조성, 재활용이 가능한 건축재료 사용 등을 포함하여 마스터플랜, 설비 방식, 시공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을 실현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고려한 공간의 형태와 구성에서도 교재로서의 건축을 들여다보게 된다. ‘선생님과 함께’하게 될 교실은 새로운 방식의 보편적 공간의 모습으로 다양한 교육적인 실험을 자연스럽게 이끌게 된다. 1.8 x 8.4m 단위의 경량 철골조의 무주공간이 그것이다. 7.5 x 15cm 크기의 기둥은 외피를 고정시키는 멀리온mullion 역할을 겸한다. 외피는 개방되는 정도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각기 다른 그 모습이 중성적인 무주공간에 다양한 표정을 부여한다. 외피가 쉽게 탈착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공간의 개방 정도와 표정이 새롭게 조정되기도 한다.
중간 영역으로서의 마당과 길은 ‘친구와 함께’ 놀고 싶은 학생들의 바람을 담은 공간이다. 다릿길, 마당과 길의 성격이 모두 담긴 길마당, 각 건물에 접속되어 있는 열린 계단, 외피에 붙은 발코니와 차양, 정자들과 연결되는 오솔길 등이다. 흩어진 건물과 마당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의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일종의 놀이공간이 된다.
‘이웃과 함께’ 공간을 나누려는 마음을 갖고 건축은 학교 밖을 향하기도 한다. 체육관, 도서실 등 지역 커뮤니티와 공유하는 시설들이 다릿길을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다.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으로 작동하게 되는 구조다.
생명체의 성장이 그러하듯이 이곳에서는 건축이 이루어지는 하나하나의 과정이 성숙과 완전함으로 나아가는 현상이고 또 하나의 벗을 세워가는 여정이다.
작품명: 이우학교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원동 산13-1외 5필지 / 설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 김승회(서울대학교) / 지역지구: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 주요용도: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학교) / 대지면적: 29,924 m² / 건축면적: 1,839.28m² / 연면적: 5,070.13m² / 건폐율: 6.15% / 용적률: 14.31% / 규모: 지하 1층, 지상 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설립연도: 2003,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