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미 빌딩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소수 건축사사무소
건물이 자리한 곳의 50년 전 기억은 이렇다. 인적 드물고 해가 지면 어둑한 옛 성수동의 골목길. 주택가 공장 지대에 한나절 요란하던 기계는 저녁이 되어 멈추고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때 되면 흩어지는 곳. 동네는 그 모습 그대로 나이를 먹었다. 그랬던 성수동에 언젠가부터 젊은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카페와 식당, 브랜드숍이 하나둘 들어섰으며, 공유 사무실과 대규모 지식산업센터가 생겨났다. 많은 것이 혼재하는데도 성수동만의 분위기로 인기를 끄는 덕분에 지금은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힌다. 실로 큰 변화다.
차 한 대 겨우 지날 도로에 둘러싸인 43평 삼각형 땅도 어느덧 장성한 자식 세대가 이어받았다. 이 협소한 대지에 담아야 했던 주요 조건을 나열하면 이렇다. 중공업 지역의 용적률 400% 확보, 임대형 상가와 세 가족의 주거가 복합된 프로그램, 자연 채광을 고려한 배치, 도로변에서의 정면성, 성수에 어울리는 디자인 등. 제법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작은 땅에 놓인 소규모 건물에서는 보통 계단실을 제외한 1층에 주차 공간을 둔다. 필로미 빌딩도 필로티 구조를 한 저층부를 갖고 있다. 다만 7층짜리 거대한 덩치를 받쳐야 했으므로 필로티와 상부층의 조화 방식이 중요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필로티는 두 개의 큰 아치를 연이은 구조로, 상부층은 아래로부터 일정하게 자라난 듯 반복되는 아치가 하나로 엮였다. 성수동 고가 구조물에서 착안하기도 한 아치 형태는, 막혀 있던 건물 앞길과 뒷길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로 경험을 열어 준다.
바닥에 깔린 붉은 벽돌도 땅에서부터 시작해 필로티를 따라 건물 전체를 덮었다. 성수동 일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단일로 사용했지만, 질감을 두 가지로 변형하여 섬세한 차이를 두었다. 재료도 구조만큼 단순 명료하다. 대지에 놓인 복잡한 조건들로부터 파생된 명료함이다. 필로미 빌딩은 공장, 주거, 상업시설이 뒤섞이며 축적된 다양한 건축 유형들, 특히나 빠른 속도로 바뀌는 화려한 팝업숍들로 과부화된 성수동에서 경관의 여백을 형성한다.
작품명: 필로미 빌딩 / 위치: 서울특별시 성수동2가 301-13 / 설계: 소수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고석홍(소장), 김미희(책임 건축가), 황예슬, 김병준 / 용도: 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 / 대지면적: 142.57m² / 건축면적: 85.52m² / 연면적: 587.23m² / 건폐율: 59.98% / 용적률: 351.8% / 규모: 지하 1층, 지상 7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완공: 2022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