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집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투닷 건축사사무소
나지막한 산 능선들이 멀리 내다보이는 마을을 포함해 대지를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다. 주변 곳곳에 억새가 지천으로 널리고 논밭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시골이다. 이런 풍경 속에서 박공지붕을 한 기다란 집은, 시골 농장 한쪽에 자리하곤 하는 사일로용 건물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옆에 목재로 마감된 집이 이웃하고 있는 풍경도, 두 집에서 풍겨나는 색감과 물성도, 따뜻하고 친근하다. 주변 자연환경과 두 집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분위기 특유의 다정다감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박공지붕을 한 백색의 집은 서점이다. 학원을 운영하며 입시에 내몰리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스스로 마모되는 듯 느낀 건축주가 만든 새로운 일터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또 읽어 주는 일에 보람과 위안을 받던 중 떠올리게 된 것으로, 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에 매진하며 보다 의미 있고 건강한 삶을 찾고자 실천한 결과물이다.
서점은 그림책에서 볼 법한 집의 원형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박공지붕의 영향이 커 보인다. 덕분에 내부에 다양한 높이의 층고를 어렵지 않게 확보한다. 이런 가정집 분위기로 인해 서점을 찾는 이들은 누구나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박공지붕과 강판으로 마감된 벽면이 모두 백색인 데다 기다란 하나의 매스로 이어져 있어 멀리에서도 가시성이 또렷하다. 지붕에서 벽면 아래쪽 지면에 닿는 부분까지 직사각형으로 오려내듯 투명한 창이 띄엄띄엄 나 있어 긴 매스의 지루함을 달래고 있다. 그곳을 통해 높다란 천장고의 서점 안으로 자연광이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또 그 틈을 통해 내부가 힐끗힐끗 들여다보이며 외부와 적극적으로 관계 맺는다. 긴 매스 중간에 목재 골조만으로 구성되는 반 외부공간의 데크가 자리하는데, 이는 서점 내부 마감재인 합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내외부의 구분이 모호하다. 한창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안팎의 구분 없이 거닐고 놀며 책 읽는 환경을 누리리라 기대하게 된다.
서점 옆 마당을 사이에 두고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곳에 2층 규모의 목재 건물이 자리한다. 가족들이 생활하는 가정집이다. 평택호를 바라보는 방향이나 목구조 건물이라는 점은 서점과 동일하지만 형태는 전혀 다르다. 1, 2층 모두에 직사각형의 창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돌출 벽이 적용되는 등 가정집은 책이 꽂혀 있는 서가를 연상시킨다. 외부 마감 역시 서점과 다르게 목재가 사용되어 백색의 서점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위치상으로 집은 서점보다 뒤로 물러나 앉아 있다. 집에서 일터인 서점 상황을 한눈에 살필 수 있기에 유리한 위치고, 서점 내부에서는 가급적 집이 보이지 않아 사생활이 보호되기에 합당한 위치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창을 통해 가족은 모든 공간에서 평택호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습지의 풍경을 공유한다. 풍경 안에 포개지는 서점을 바라보면서 이웃집을 떠올리며 홀로 외로운 집이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시간이 흘러 주변에 이웃들이 한두 채씩 들어서서 진짜 마을의 모습을 갖출 때까지 서로 기대며 위로를 주고받는 관계로 있을 것 같다.
작품명: 책과 노니는 집 / 위치: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 228-29번지, 30번지 /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 시공: KS하우징 / 용도: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주택동_485.00m²; 서점동_725.00m² / 건축면적: 주택동_82.08m²; 서점동_131.82m² / 연면적: 주택동_138.51m²; 서점동_158.34m² / 건폐율: 주택동_16.92%; 서점동_18.18% / 용적률: 주택동_28.56%; 서점동_21.84% / 규모: 지상 2층 / 주차대수: 총 3대 / 구조: 기초_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_경량목구조; 외벽_2×6 구조목; 내벽_S.P.F 구조목; 지붕_2×8 구조목 / 단열재: 수성연질폼 140mm 발포 / 외부마감: 외벽_유절적삼목, 컬러강판; 지붕_컬러강판 / 창호: 이건창호, PVC 시스템 (삼중유리 43mm) / 완공: 2020 / 사진: 최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