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어반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건물은 아무 것도 안 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최대한 단조롭게, 최대한 단순하게, 최대한 정적으로 서 있다. 직육면체의 반듯한 노출콘크리트는 그렇게 비밀한 공간처럼 감추어져 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넓은 도로,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외진 거리, 오래된 소규모 주택과 점포들이 혼재된 장소, 번쩍이는 대형 간판들, 베이커리 카페가 자리 잡기에는 다소 정리되지 못한 문제적 상황을 역으로 이용한 효과가 크다. 고유의 표정과 목소리를 직육면체 안에 감춰놓은 모습으로 인해 어지러운 거리 위에서 건물의 인지도는 오히려 극대화되고 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밋밋하고 단조로운 폴리카보네이트 입면은 내부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며 시선과 마음을 끈다. 육중하고 거대한 문 앞으로 자연스레 유도된 발걸음이 높고 넓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녹색의 정원에 다시 한 번 반색하게 된다.
내부공간의 중심에는 삼각형의 중정이 자리한다. 큰 키의 단풍나무와 자갈, 풀과 꽃들로 꾸며진 중정은 공간의 시작점이자 마침표라고 할 수 있다. 1층에서 옥상 테라스까지 어느 장소에서든 조망할 수 있는 정원은 작은 새들을 불러들일 정도로 이미 작은 명소가 되어 있다. 변변한 가로수 하나 없는 동네에 작게나마 숲과 바람을 들이고 있어 하루해의 시시각각 또는 계절 따라 변하는 작은 풍경이 공간에 다채로운 표정을 부여할 것이다.
1층 중정 주변에는 현장에서 타설한 콘크리트로 만든 긴 테이블과 카운터가 자리한다. 이를 포함한 모든 가구들이 낮게 디자인되어 중정을 향한 시야를 가리는 일이 없다. 내부에서도 장식이 절제되고 원재료의 물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은은하게 투과되어 들어오는 빛이 노출콘크리트, 스틸, 투명한 유리의 물성, 또 중정 등과 어우러져 차분하고도 정갈한 풍경을 연출한다.
공간 안으로 볕을 따뜻한 느낌으로 끌어들이는 폴리카보네이트판은 밤이 되면 반대로 내부의 조명을 은은하게 번져낸다. 건물 전체가 간접광을 발하는 하나의 거대한 조명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것이다. 폴리카보네이트판이 만들어내는 의도되지 않은 효과도 있다. 밤이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도시의 어지러운 빛들을 흡수하기도 반사하기도 하면서 내부공간에 신비롭고 이국적인 정취를 만들어낸다. 2층의 절반은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가 차지한다. 안팎의 경계가 모호한 이곳에서 바깥바람을 쐬는 느낌도, 동쪽 끝에 자리하는 계단형 목재데크에서 지는 해를 감상하는 운치도, 이 장소가 주는 특별함이다.
작품명: 숨 어반 / 위치: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 설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강우현, 강영진) / 설계담당: 김석민, 유창희 / 용도: 일반음식점, 제조업소 / 대지면적: 486.3m² / 건축면적: 250.39m² / 연면적: 360.19m² / 규모: 지상2층 / 높이: 7.85m / 건폐율: 51.49% / 용적률: 74.07%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일부 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폴리카보네이트 복층판 /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콘크리트 위 침투성하드너, 합판 /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 시공: 주.태연디앤에프건설 / 조경: 안마당더랩 / 기계설계: 선화설계사무소 / 전기설계: 선화기술단사무소 / 설계기간: 2018.10.~2019.6. / 시공기간: 2019.7.~2020.4. / 사진: 박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