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스테이 ‘늦잠’
에디터 현유미 부장
자료제공 디자인투플라이
스르르 잠에서 깨어난 아침. 눈가엔 따사로운 햇살이 아른거리고 창밖에서는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변을 둘러싼 묘한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데다가,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볍고 개운하다면, 당신은 지각이다.
하지만 이곳 ‘늦잠’에서는 걱정 없다. 포근한 침대보가 몸을 감싸고 한줄기 햇살이 나를 비춘다. 졸졸 흐르는 마당의 물소리는 덤이다. 마음껏 늦잠을 자도 괜찮다.
전주는 수 십 년 된 전통가옥이 밀집한 ‘한옥마을’이 곳곳에 자리한 아름다운 전통의 도시다. 최근에는 ‘국제슬로시티연맹’에서 수여하는 ‘슬로시티 어워드’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느림의 가치를 지닌 도시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늦잠’은 전주천 남쪽 서학동에 자리한 50년 된 한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다. 디자인투플라이는 브랜딩부터 인테리어까지 늦잠의 모든 것을 맡아 작업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한옥의 기본 틀은 최대한 살리고 기능적인 부분만 보강했다.
마당 한쪽에는 수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두꺼비 석상에서 졸졸졸 물이 흐르고 잔잔한 물이 담긴 못에 발을 담궈 쉴 수 있다.
마당에서 현관으로 들어서면 조붓한 대청마루를 만난다. 작은 소반을 앞에 두고 잠시 앉아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청마루와 거실은 유리문으로 분리돼 있다.
내부 공간에는 목재 서까래와 대들보, 기둥을 온전히 보존해 한옥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내부 벽체는 흰색으로 마감하고 바닥에는 매끈한 포세린 타일을 깔아, 전통 한옥 목구조와 어우러지면서도 정갈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 한켠에는 단을 높인 좌식 평상과 입식 쇼파를 나란히 두어 조화시켰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은 탁 트인 마당을 바라보도록 배치해 빛을 가득 들였다.
반대편에는 분리된 침실이 자리한다. 프리미엄 베딩과 빔프로젝터, 욕실이 준비된 편안한 휴식 공간이다.
한옥스테이 늦잠은 일과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느림’을 선사한다. 일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곳. 조금은 느려도 괜찮은 쉼의 장소, ‘늦잠’이다.
작품명: 한옥스테이 늦잠 / 위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3길 73-15 / 설계: 투플라이 / 시공: 투플라이 / 가구: 율퍼니처 / 조경: 투플라이 / 용도: 숙박,한옥체험 / 건축면적: 142² / 규모: 지상 1층 / 완공: 2020.1 / 사진: 임혁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