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브뤼헤 트리엔날레가 4월 13일 개막했다. 네 번째를 맞는 올해는 ‘가능성의 공간’을 주제로 작업한 현대 미술과 건축 설치물 12점이 브뤼헤 일대의 거리를 채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에서 변화와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룰 수 있을지, 역사와 문화가 깃든 도시의 잠재력을 탐구하고, 나아가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다. 이번 행사는 브뤼헤 문화센터, 더 레퍼블리크, 헷 엔트레포, 브뤼헤 박물관이 공동 주최하고, 셴디 가르딘과 세비에 샴팔라가 총감독을 맡았다.
브뤼헤 트리엔날레는 2015년 제1회 하나로 연결된 허구의 초거대도시 ‘메갈로폴리스’, 2018년 ‘수중 도시의 메타포’, 2021년 ‘꿈과 트라움A 사이의 브뤼헤’를 거쳐 이번에는 다가올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3년 사이 지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위기의 변화들을 겪었다. 기후 환경부터 주거 문제, 건강, 사회 구조의 지각 변동까지 그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회주의, 자원 채취, 건설 열풍으로 점철된 지금, 우리는 장기적 차원의 공생을 위한 보다 슬기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에서 공공 공간의 역할은 필수다. 이동, 만남, 교차, 새로운 것의 탄생, 우연, 자유의 공간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도시는 앞으로를 준비하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특히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브뤼헤는 중세 도시에서 플랑드르 예술의 중심지, 고딕 양식의 건축으로 가득한 관광의 도시로 9세기부터 이어온 역사를 쌓으며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올해의 트리엔날레 주제 ‘가능성의 공간’을 통해 브뤼헤의 유산을 지키려는 노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을 겪는 브뤼헤에서 삶의 질을 어떻게 지켜 나갈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또한, 도시로서의 도시를 보호하는 방법과 아직 활용하지 못한 또는 주목받지 못한 장소와 지역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트리엔날레에 초청된 건축가와 예술가 12팀은 브뤼헤 곳곳을 거닐며 틈새를 들여다보고 각각의 해석을 더한다. ‘가능성의 실천자’로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찾아 장소의 잠재력을 개발해 제안하는 새로운 공간 작품은 브뤼헤 중심, 웨스트 브뤼헤, 제브뤼헤 지역에 걸쳐 설치되었다.
브뤼셀에 기반을 둔 트라움노벨Traumnovelle은 13세기 시청사 안뜰을 재정의한다. 지금껏 특정한 때에만 활용했던 안뜰은 이제 3층 높이로 설치된 산업 구조물을 도구 삼아 사람들이 머물고 모이는 장소로 열린다. 레바논계 영국인 예술가 모나 하툼Mona Hatoum은 성벽 외곽의 온젤리브브로우Onzelievevrouw 정신병원 정원에 개비온을 만들었다. 계단, 벽, 바닥의 모든 표면은 현지에서 수집한 돌로 가득 채웠다. 불안정한 바닥을 걸으며 느끼는 불편함은 주변 환경과 그곳의 역사 사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Who? _ Iván Argote
The tower of balance _ Bangkok Project Studio
Firesong for the bees, a tree of clay _ Mariana Castillo Deball
Full Swing _ Mona Hatoum
Star of the Sea _ Ivan Morison
Raamland _ Norell/Rodhe
Empty drop _ Shingo Masuda + Katsuhisa Otsubo Architects
Common Thread _ SO–IL
Earthsea Pavilion _ Studio Ossidiana
Adrien Tirtiaux _ Under the Carpet
Traumnovelle _ The Joyful Apocalypse
Sumayya Vally _ Grains of Paradise
스웨덴 건축 회사 노렐/로데Norell/Rodhe는 오스트미어스와 웨스트미어스 사이에 역동적인 만남이 일어나는 장소를 형성했다. 지역명의 ‘미어스’는 ‘습지’를 뜻하는데, 실제 이곳은 습지가 있던 곳으로, 현재는 1970년대 벽돌 건물에 둘러싸인 도심지다. 재활용한 목재로 틀을 짜고, 합판 벽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동선을 안내하며, 내부에 정원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SO-IL은 카푸친 수도원의 안뜰에 직물을 이용한 통로 구조물을 세웠다. 숨은 장소였던 수도원의 안뜰은 탐험의 장소가 되어 다시 브뤼헤의 거리와 연결된다. 사용한 직물은 브뤼헤 여성들이 여러 세대를 걸쳐 전수해 온 기술로 직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3D 현대 기술을 더해 다양한 변수로 구현하여 과거, 현재, 미래를 교차시킨다.
‘가능성의 공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또 다른 모습을 이끌어내 제안한다. 지역 컨텍스트, 도시와 잠재적 미래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집단적인 사고 사이에 연결의 다리를 놓으며, 예술과 건축이 가진 힘을 공간을 변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새로운 도시를 발견하는 브뤼헤의 실험은 9월 1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