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필드 (樂-field)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디자인 그룹 꼴라보
직선형 공간들이 조합되어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인상이다. 자칫 밋밋하고 단순할 수 있는 형태이지만, 강렬하게 눈에 들어오는 자연석 벽면이 우려를 가라앉힌다. 12m 높이의 외벽을 따라 수직으로 쌓여 있는 돌은 그저 장식용에 그치지 않는다. 클라이밍이 취미인 건축주의 취향을 대변하는 요소이자 암벽 등반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한다. 실질적인 암벽 등반이 가능하도록 군데군데 돌이 돌출되어 쌓여 있고, 상부에는 로프를 설치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지층에서 시작되는 돌벽이 2층에 자리하는 작업실 공간까지 연속되어 있어서, 두 공간은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며 대표적인 여가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원석 그대로의 거칠고 투박한 물성과 색감, 이를 내외부 공간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디자인적 장치. 덕분에 집은 활기차다. 이름 그대로 사는 이의 즐거움이 담겨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전체 공간 구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실과 4개의 침실은 골프장 필드로 조망이 이루어지는 남측에 위치한다. 수평선처럼 펼쳐진 골프장 필드의 초록빛을 집안 가득히 끌어들이고자 각 실의 개방감이 최대화되어 있다. 대신 일조량이 많은 남향이라는 점이 고려되어 각 실의 외관에는 태양빛을 조절해 주는 처마가 설치되어 있다. 처마는 그저 처마로 끝나지 않는다. 처마로 시작하여 테라스의 지붕, 테라스를 감싸는 벽면, 테라스의 바닥, 지층 현관 앞 캐노피와 그 아래 바닥까지 3층부터 1층까지 연속되어 이어져 흐르고 있다. 그 모습이 단조로운 직선형의 입면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덕분에 역동성과 각 실의 비례미가 밖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구성된 프로그램 중 작업실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그림을 그리거나 꽃꽂이를 즐기는 등 여가 활동에 오롯이 몰입할 수 공간이다. 안살림이 이루어지는 집과 별도로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어서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감성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볕이 좋고 따뜻한 날이나 미풍에 실려 오는 풀향에 이끌리는 날이면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젖혀 갇힌 공간을 풀어줄 수 있다. 가변적인 구성으로 내부에 머물지 않고 외부로 확장됨으로써 더욱 다채로운 활동과 모임을 가능하게 한다.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으며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일상이 이루어지는 집의 역할이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도 같다. 먹고, 자고, 휴식하는 기존의 개념은 물론, 일상에서 벗어나서 이루어지던 여가 생활과 각종 모임까지도 더해진 개념으로서의 집을 뜻한다. 그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공간들이 더해지고 중첩되는 공간으로 집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필요를 충족한 여가의 즐거움이 있는 집, 여가 생활을 직접 디자인해 주는 집이다.
작품명: 락-필드 / 위치: 인천 서구 청라동 8-34 / 설계: 디자인 그룹 꼴라보 (정문철) / 용도: 주택 / 대지면적: 421.50m² / 건축면적: 125.81m² / 연면적: 321.77m² / 규모: 지상 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완공: 2020 / 사진: 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