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공공공간은 문화를 형성하고 정치적 의견을 교류하는 시민활동의 주 무대가 되어왔다. 시간이 흘러 통신망을 활용한 가상공간이 발달하면서 공공공간의 역할이 분산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용도로 독특하게 사용되며 그 존재 가치를 여전히 지켜나가고 있다.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공공공간 중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곳은 미술관이다. 오늘날의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건물에 그치지 않는다. 팝 아티스트 클래스 올덴버그가 “예술은 소통의 탁월한 기술”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예술은 시대의 목소리를 기발한 발상으로 풍부하게 전달한다. 자유로운 생각들은 예술 작품을 통해 그 어떤 관람자와도 소통할 수 있다.
오늘날의 미술관은 도시와 자연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나간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 중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유대인들의 비극이 담긴 장소로, 전시를 통해 슬픔을 공유하는 동시에 전쟁의 참혹함을 경고하는 공간이다. 다른 사례로, 네덜란드의 크쾰러 뮐러 미술관은 대자연 속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여 산책하듯 작품들을 감상하게 한다.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과 그 풍경 속에 있는 관람객마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든다. 이 밖에도 독일에서부터 영국,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혁신적이고 수준 높은 공공 공간을 기획하고 건립, 관리, 운영까지하는 선진국들의 개성 있고 훌륭한 미술관들을 다룬다.
뿐만아니라 저자는 미술관을 직접 가는 것처럼 미술관의 입구에 주목하여 서술한다. 미술관은 갈수록 열린 공간으로 변하면서 이전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유도하는데, 그 시작이 바로 미술관의 입구라며 의미를 강조한다. 복도와 같은 닫힌 공간들은 광장으로 이어지면서 열린 공간이 되고, 사물이 중심이 되는 전시공간은 풍경이나 환경 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입구가 중요한 만큼 연속적 입구, 기억의 입구, 일상 속 입구 등 15장에 걸쳐 입구의 다양한 사례들과 저자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제는 작품을 보기 위한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기 위한 집 밖, 놀이터, 무도장, 음악당으로도 바뀌고 있다. 과거 부유층만이 누리던 시기의 엄격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미술관의 입구로 초대하는 책을 통해 세계의 미술관들은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간접적인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