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개장해 58년간 영업을 이어온 대전 유성구의 유성호텔이 지난 3월 31일 영업을 종료하고 올해 중 철거를 앞두고 있다. 유성호텔이 지켜온 유성온천은 1915년 영업을 시작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긴 세월 자리를 지키며 1960~70년대 신혼여행지, 휴양지로서 추억의 장소가 되었던 만큼 유성호텔의 폐업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과 상실감을 안겼다. 온천 관광의 쇠락과 시설 노후화에 이어 팬데믹 여파까지 겹쳐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지만, 대전시는 유성호텔의 기록화 사업을 통해 공동의 기억을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시가 추진하는 기록화 사업은 사진, 영상, 도면화 작업 등과 함께 숙박부, 객실 번호판처럼 유성호텔의 흔적을 보여 주는 각종 기록물 수집, 그리고 마지막까지 유성호텔을 지킨 직원과 이용객의 구술 채록과 같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VIP실 313호는 1970년대에 조성되어 김종필, 김영삼, 김대중 등 한국 근현대사의 거물 정치인들이 머물렀던 방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진다. 내부에 장식된 고급 앤틱 가구와 샹들리에는 아직까지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유성호텔 자리에는 24층짜리 호텔 1동과 주상복합 건물 2동이 들어서게 된다.
이처럼 대전시는 사라지는 비등록∙비지정 문화유산을 기록으로 남기는 ‘도시기억 프로젝트’를 2018년부터 진행해 왔다. 그중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근현대문화유산 ‘기록화사업’은 근현대 건축유산과 근현대 자료에 관한 조사와 기록으로 지금까지 구 대전형무소 관사, 옛 정동교회, 목동선교사 가옥, 중앙시장 해방촌, 한밭운동장, 화양소제고적보존회 자료 등을 완료했다. 대전문화재단이 위탁해 추진하는 ‘지역리서치 사업’은 재개발 지역의 건축, 경관, 사람을 종합적으로 기록한다. 2018~2019년 목동과 선화동을 시작으로 2020년 소제동과 삼성동, 2021년 중동과 원동의 대전역 쪽방촌 일원, 2022년 은행동 목척시장과 2023년에는 유성시장의 기록화 사업을 마쳤다.
이번 기록화 사업은 유성호텔뿐만 아니라 1994년 관광특구로 지정되었던 유성온천 전반을 돌아보는 기회로, 유성온천이 근대도시 대전이 발전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노기수 대전시 문화관광국장은 “유성온천은 보문산과 함께 오랫동안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도심 휴양공간”이라며, “올해 기록화 사업 결과물은 대전 0시 축제 기간에 옛 충남도청사 내에서 특별전시실을 조성해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제공 / 대전광역시 문화관광국 문화유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