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물러스 화장장
화장장을 설계하는 일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여기,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의 숲속에, 그처럼 까다로운 작업을 맡은 건축가는 바로 AEXN 아키텍츠다.
부지는 숲 가까이 자리한 평지다. 건물의 외형은 평지의 표면이 나지막하게 솟아오른 언덕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이는 봉분을 수의 같은 흰 천으로 덧씌운 듯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경으로 둘러싸인 축대가 건물과 진입 공간을 분리해준다. 제의용 장막을 덮어놓은 듯한 지붕 구조를 통해 건물이 땅과 하나인 듯 자리한다. 화장장 건물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뿐 아니라 제의의 공간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장소다. 경건함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건물에 들어선 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는다. 화장장은 감정을 털어내는 장소일 뿐 아니라 인간의 삶이 시간의 유한함 속에 있지만 동시에 영속성 또한 함께함을 인식하는, 묘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