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별장
Farmer’s House
플라노건축사사무소 | PLANO architects & associates
넉넉한 평지붕 위로 뒷산을 소복이 이고 앉아 있다. 지붕과 툇마루 사이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너른 들판이 오롯이 담긴다. 오래도록 마을의 그 자리에 고요하게 자리해 온 것처럼 마을과 풍경이 집안 틈틈이 저며 들어오고, 집은 마을과 풍경 안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다. 농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풍경이지만, 집이 제안하는 공간적 구성과 마감재와 조망에 의해 한 번씩 걸러지고 나니 모든 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산과 논밭과 작은 집들로 이루어진 전남 화순의 조용한 농촌 마을이다. 건축주는 서울에서의 조경 사업을 정리하고 4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가 나무를 심고 키우는 삶을 택하기로 한다. 고향 산천을 지키는 농부로서의 삶이 담긴다는 의미일까, 그 모습을 닮은 듯 집은 단순하고 정직한 모습을 하고 있다.
대지는 산 아래에서부터 내려오는 촌락의 끝부분에 위치한다. 남쪽으로는 이웃집의 창고와 면해 있고 북쪽으로는 논밭을 향해 조망이 열려 있다. 향과 조망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적잖은 고민이 오갔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논밭을 바라보는 북서쪽에 주요 마당이 배치되고 마을길과 면한 동쪽에 진입 마당이 자리한다. 이 땅만이 가지는 고유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전면 창 너머로 산야가 한 편의 수채화처럼 집안을 가득하게 채운다. 이에 반해 복도 한 면을 가득 채우는 두터운 돌 벽은 투박하기 짝이 없다. 전명 창의 투명한 느낌과 대조를 이루는 모습으로 공간의 무게를 저울질하며 균형을 잡고 있다. 돌 벽을 이루는 자연석은 건축주가 땅에서 손수 캐낸 토착 재료로, 이를 기준으로 평면이 두 영역으로 나뉜다. 거실과 주방이 있는 공용 공간과 침실과 화장실로 구성된 사적 공간이다. 공용 공간은 전면 창 너머의 툇마루로 확장되고, 나아가 마당과 들판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공간감을 가진다. 마을길에 면한 진입 마당을 따라 긴 콘크리트 벽이 세워져 있는데, 공용 공간의 개방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어막인 동시에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장치다.
분리된 두 영역 사이의 복도는 자연석을 쌓은 벽 외에도 낮은 수납용 벽과 천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장에 닿지 않는 1.9m 높이의 수납용 벽은 현관으로부터의 시선은 차단하되 공간은 차단하지 않는다. 덕분에 내실에 개방감을 주면서도 아늑한 기운을 만든다. 천창은 남향 대신 북쪽으로의 조망을 택하면서 아쉽게 된 남향 빛을 보완하는 요소다. 천창에서 떨어지는 빛이 돌 벽과 닿으며 날것이 주는 특유의 질감과 명암으로 실내에 운치를 더한다. 나아가 공용공간까지도 넘나들며 북향집을 밝힌다.
작품명: 화순별장 / 위치: 전라남도 화순군 한천면 한계 3길 / 설계: 플라노건축사사무소 / 책임 건축가: 박민성, 이원길, 김근혜 / 구조: 일맥구조 / 조경: 조경시공 서화 / 시공: 반도건설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384m2 / 건축면적: 142.6m2 / 연면적: 93.96m2 / 건폐율: 37.14% / 용적률: 24.47% / 규모: 1층 / 주요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장 마감재: 노출콘크리트, 자연석 / 내부 마감재: 노출콘크리트, 자연석, 벽지, 타일 / 완공연도: 2021년 / 사진: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