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글 전효진 차장
기사입력 2023-04-20
노들섬의 미래 얼굴을 그린 7개의 디자인들이 마침내 그 베일을 벗었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5시, 시청 본관에서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 대시민 포럼’을 개최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노들 예술섬 기획 디자인 공모’에 제출된 7개의 디자인 안을 공개했다.
‘노들 기획 디자인 공모’는 노들섬을 ‘자연과 예술, 색다른 경험이 가득한 예술섬’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국내외 건축가 7팀(강예린+SoA, 김찬중더시스템랩, 나은중+유소래네임리스 건축사사무소,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 비야케 잉겔스BIG, 덴마크,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Studio, 영국, 위르겐 마이어J.MAYER H. und Partner, Architekten mbB, 독일)이 참여하는 지명 공모 방식이었다. 공모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디자인과 더불어 향후의 역할과 기능까지 제안하는 기획 구상이 핵심이었던 만큼, 당선작은 선정하지 않았다. 대신 공모에 참여한 일곱 팀의 건축가, 서울시 관계자, 그리고 약 400여 명의 시민이 포럼에 참여해 일곱 건축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노들섬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설계안 발표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의 이 자리가 노들섬의 매력을 끌어내고 접근성을 개선하여, 서울 시민은 물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예술섬으로 거듭나게 하는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며 변화할 노들섬에 대한 큰 기대를 말했다.
발표는 2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설계자들이 발표자로 나서 팀당 15분 간 디자인 안을 소개했다.
첫 발표자로는 강예린+SoA 팀이 나서 새 청사진을 내보였다. ‘노들 아쿠아 팔렛트Nodeul Aqua Palette‘라는 주제로, 물, 숲과 나무, 하늘 등 노들섬에 존재하는 자연요소를 병치, 혼합하여 새로운 오픈 스페이스 구현한 안이었다. 현 노들섬은 한강에서 단절된 채 존재하는데, 이러한 경계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재료 혹은 색을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조합하는 판인 ‘팔렛트’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노들섬 전체에 배치될 팔렛트는 동측이 서측보다 더 높게 설계되는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동에서 서로 물이 흐르며, 이 물은 노들섬 내 녹지공간과 맹꽁이 숲에 활용된다. 노들섬을 5가지 구역으로 나누어, 모래사장, 테라스, 식물원, 전망대, 수상활동 공간 등 다양한 체험과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노들섬을 불, 공기, 흙, 물 등 자연 요소가 겹겹이 어우러진 다양한 분위기로 연출하고자 한, 위르겐 마이어의 안 ‘Nodeul Art Island’ 소개가 이어졌다. 섬 서측, 좌측에서부터 불의 요소로 상징되는 열정적인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그 다음으로는 공기의 요소로 구름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동측은 흙을 모티브로 기존의 맹꽁이숲을 보존하며 인간과 공존하는 영역으로 조성, 마지막으로 동측 끝은 물의 요소로서 다양한 수변공간을 제안한 작품이다. 이때 서측에는 야외 휴식공간과 문화행사 공간 등을, 동측에는 수상레저 공간을 배치하여 시설과 프로그램, 공간의 성격을 구분했고, 특히 워터타워는 우리나라 전통탑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주목을 받았다.
세 번째로 소개된 작품은 나은중+유소래 팀은 ‘산들노들’.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라는 의미를 지닌 ‘노들섬’ 위에 문화 예술을 담는 징검돌을 두는 것을 컨셉으로 했다. 기존의 노들섬에 징검돌 디자인을 형상화한 다양하고 재미난 공간들을 배치하는 게 디자인의 핵심이다. 북측에는 연결 보행교가 있고, 가운데 방문자 센터를 중심으로 서측에는 노을 전망대, 야외예술무대, 원형극장 등을, 동측에는 다목적 공연장, 한강 생태관 등을 배치하였다. 구역마다 각기 다른 목적과 분위기를 연출하였으며 노들섬 전체에서 풍성한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1세션의 마지막 발표는 BIG 팀. 이들은 ‘The Ripple’이라는 타이틀 하에, 동서 건축물 상부를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캐노피로 덮어 하나의 섬으로 보이도록 제안했다. 섬 중앙은 가장 높은 오픈 스페이스로 형성되며, 양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져 내려가는 덮개 아래 동측으로는 습지대, 텃밭, 산책로 등이, 서측으로는 호숫가, 정원, 플라자 등을 배치했다. 노들섬을 통해 섬의 경계를 넘어 서울 도시의 미래 지향점을 나타내고자, 자급자족이 가능한 태양광 에너지를 도입했다. 방문객의 접근이 쉬우면서도 자연과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띄는 안이다.
2세션의 첫 발표자로 나선 신승수는 ‘Bridged Archipelago’, 다리로 연결된 군도라는 개념의 안을 선보였다. 노들섬을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잇는 섬들의 집합 형태로 설계하여, 고립된 교통섬인 노들섬을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는 섬으로 변환하고자 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구체적으로는 동측과 서측에 각각 커다란 두 개의 산을 형상화하고, 산 안에는 다시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섬을 두었다. 여러 개의 섬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출입구가 있어서 어디서든 노들섬 내외부 연결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재미와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된다. 프로그램적으로는 공연연습장, 공연장, 야외 예술무대, 갤러리 등은 서측에, 실내정원과 아트 파빌리온 등은 동측에 배치하여 영역을 구분했다.
토마스 헤더윅 팀은 ‘소리 풍경Soundscape‘를 주제로 삼았다. 노들섬을 방문하는 사람이 독특한 외관에 영감을 받고, 내부에서는 음악과, 휴식, 사색의 공간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는 도시 한복판의 쉼터를 제안했다. 노들섬 위를 떠다니는 음악적 파노라마를 건축적으로 제안했는데, 한국의 산 이미지를 형상화한 다양한 곡선의 구조물 디자인은 외부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상부의 구불구불한 산책로는 높이와 폭의 변화를 통해 다채로운 체험을 가능케 했다. 구조물 하부에는 액티비티 공간과 쉼터, 공연장, 연습장 등을 배치하여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김찬중은 한강과 단절된 노들섬을 연결하는, 가로로 긴 링 형태의 건축물 ‘Nodeul(r)ing’을 제안했다. 한강과 단절된 노들섬을 기하학적 연결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회복하고자 했으며 새로운 개념의 이동수단과 랜드마크도 함께 구상했다. 캡슐 형태의 관람차는 노들링의 외부를 따라 이동하고, 노들링 내부에는 삼각형 모양의 바지선을 연결, 조합하여 육각형 모양의 수영장이나 ‘ㄷ’자 모양의 야외 예술무대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포럼 이후 디자인 구상안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 자문과 시민의견 수렴을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심사, 공유재산관리계획 등 각종 행정절차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에 공개한 일곱개 공모안들은 작품 설명 영상과 모형을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오는 5월 서울시청과 노들섬 등지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