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근생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사진 진효숙
홍대는 복잡한 양상을 띠는 동네다. 크고 작은 건물은 물론 상업, 주거, 업무 시설이 혼재하고 사이사이 골목과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길들이 얽힌 와중에 밀집도 또한 높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관된 조화를 이루기란 쉽지 않고 그렇다고 혼자만의 언어를 고수하기엔 이곳의 생태를 거스르는 일이 될 터. 이미 조성된 상황들을 수용하되 건축이 가지는 태생적 질서 안에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지의 숙제가 주어졌다. 건축가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면, 결과적으로 어글리 슈즈를 신고 코카콜라를 든 검은 수트의 신사가 나타나길 바랐다고.
땅값이 비싼 홍대에서 임대형 근린생활 건물은 버릴 곳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 따라서 건물은 콤팩트한 코어를 한쪽에 두고 실내에 기둥 없는 정방형 공간이 쌓인 구조가 됐다. 1층 주 출입구는 코어와 임대 공간 사이를 최소한으로 벌려 확보한 긴 복도 끝에 위치한다. 넓은 홀의 공간은 생략된 복도를 따라 코어 쪽 벽에 비상 탈출구, 남자 화장실, 계단실, 설비 점검구, 여자 화장실이 필요한 만큼의 개구부를 달고 순서대로 나열된다. 대신 맞은편 유리블록 벽으로 빛을 가득 투과시켜 감성을 자극하지만 무자비하게도 천장 구조 빔을 시각적으로 토막낸다.
서교근생은 일조권 사선을 적용해 4층부터 뒤로 물러난 형태다. 다만 작은 땅에 짓는 건물이 그렇듯 일조권과 용적률을 겸허히 수용하기만 할 수는 없기에 대칭을 적용했다. 이로써 구조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외적 제약에서 벗어난 효과를 얻었다. 주어진 컨텍스트에서 분리되니 레고를 쌓아 놓은 장난스러운 인상이 가미됐다. 건물은 코어 벽과 서측 벽체에 매립된 벽보와 벽기둥으로 지탱된다. 전층 천장에서 슬래브를 받치는 초록색 빔은 전체 구조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밝은 색을 칠함으로써 오히려 플라스틱 같은 가벼움을 드러냈다. 코어 벽 설비 점검구에 그려진 사선은 초록색 빔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유희다.
계단실을 포함한 공용 공간은 다양한 재료가 의도적으로 혼합된다. 스테인리스 미러의 사이버틱함, 계단실 검정 스터코와 바닥 얼룩무늬 석재, 엘리베이터 홀의 레드 트레버틴 벽, 화이트 오크 나무 천장, 구릿빛 메탈릭 난간, 원형 펜던트 등 강한 패턴의 재료들을 나열해 고전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많은 것이 혼재돼 공존하는 홍대의 공기를 표현했다. 건축가가 사고하고 해석한 주관적 언어들은 지역의 맥락에서 질서정연하게 돋아나 풍성한 가지를 이룬다.
작품명: 서교근생 /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27-1 / 설계: 주식회사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재원)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255.90m² / 건축면적: 128.27m² / 연면적: 597.14m² / 건폐율: 50.13% / 용적률: 188.62%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벽돌, UHPC 3D콘크리트 패널 / 완공: 2021 / 사진: 진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