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암 스퀘어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고가도로 하부를 따라 구조체가 남북방향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경쾌한 구조미를 드러내는 철골조 위에 적삼목이 덧붙여진 형태다. 건물 외부 마감재로 사용된 적삼목 패널이 실내까지 들어와 주요 구조부를 감싸고, 내부 벽체에 시공된 자작나무 합판과 더불어 목재 고유의 아늑함을 자아낸다. 반복되는 널의 틈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검은 철골이 목재의 감성과 어우러지며 따뜻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 이상 어둡고 삭막한 고가 하부가 아니다.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위험해 보이던 공지도 사라지고 없다. 환하고 안전한 모습으로 거듭나 동네의 반가운 명소가 될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보행 흐름을 방해하던 기존 데크와 중앙 분수대를 철거하는 일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 위에 들어선 것은 분절된 듯한 형상의 건물이다. 분절된 매스들은 다목적 문화 공간, 창작 마당, 커뮤니티 공간 등 각각의 고유 프로그램을 가진다. 다목적 문화공간은 운동, 공연, 강연 등 활동적인 행위가 이뤄지는 영역으로, 커뮤니티 공간은 필라테스, 전시, 소규모 모임 등 비교적 정적인 행위를 담는 영역으로 계획되어 있다.
각각의 공간 사이에는 폴딩도어가 설치되어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확장과 분리가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내외부가 분명 구획된 시설이지만, 필요에 따라 ‘반 외부형 광장’으로 조성될 수 있는 분절된 광장 형태를 그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각 매스를 하나로 잇는 복도 형식의 공간은 공공보행로로서 작동한다. 공공보행로 안에는 잠시 머물러 쉴 수 있도록 목재 선반, 벤치 등의 설치물을 마련해 두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이 보행자들을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유입시키며 함께 어우러지도록 유도한다.
전체적으로 외부와 내부가 차폐되어 있긴 하지만, 벽면 사이사이 자리하는 유리 창호와 목재 루버는 외부의 소음, 매연 등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외부의 시각적 소통을 만든다.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된 지붕은 비둘기 배설물 등 오염물을 막는 동시에 자연광을 내부를 끌어들이는 통로가 된다.
2017년 즈음부터 도심의 버려진 땅을 서울시가 주목해 오고 있다. ‘고가 하부 공공공간 조성 사업’, 즉 고가 하부를 잠재적 개발지로 활용하여 사회기반 시설과 지역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높이 10m의 고가도로 하부에 위치하는 종암 사거리 유휴지 활용 계획 역시 그 일환이다.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여러 교육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공공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게다가 보행 흐름이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머무르지 않아 ‘교통섬’처럼 방치되어 있던 장소가 이유 있는 변신을 꾀한 것이다. 오가는 많은 걸음을 불러들이며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 공간이자 쉼터로 정착하여, 유휴지 활용의 효과와 필요성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리라 기대한다.
작품명: 종암 스퀘어 / 위치: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 3-1288 / 설계: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박정환, 송상헌) / 설계 담당: 정은선, 이현우, 정성욱 / 구조설계: 주.라임 / 전기, 기계설계: 코담기술단 / 시공: 주.소보건설 / 건축주: 성북구청 / 용도: 운동시설 / 대지면적: 1,455m² / 건축면적: 751.06m² / 연면적: 693.77m² / 규모: 지상1층 / 높이: 7.8m / 건폐율: 51.62% / 용적률: 47.7% / 구조: 철골구조, 목구조 / 외부마감: 로이복층유리, 적삼목, 폴리카보네이트 / 내부마감: 자작나무 합판, 적삼목, 지정타일, 목재데크, 우드플로링 / 설계기간: 2019.6.~11. / 시공기간: 2020.3.~12. / 준공: 2020.12.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