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오 빌딩 트리폴리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맵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들고 나는 건물의 입면이 다분히 역동적이다. 수직으로 일렁거리는 백색의 물결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개별 공간마다 마련된 발코니 공간이다. 내부의 몸집만 키우고 외부를 향해서는 냉정하게 닫혀 있는 여느 빌딩들, 말하자면 ‘용적률의 도시 건축’과 달리 도시를 향해 열린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적극적인 몸짓으로 다가온다.
마당은 수직의 개념이 아니라 평면상의 활동 공간이다. 마당 건너 이웃집과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일상이 닫혀 있기도 하고 공유되거나 소통되기도 한다.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두 집은 물리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제한되어 있으나 그 누구보다 서로의 일상을 속속들이 잘 안다. 이렇듯 마당이 제공하는 ‘제한된 간섭’을 도시 건축에서 실현해 보는 방안을 발코니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수직화한 도시에서 평면 개념의 마당은 존재하기 어렵다. 대신 개별 공간의 형편에 맞추어 향을 달리하고 크기를 달리하는 발코니를 적용함으로써 고도화한 도시 건축에서 놓쳐버린 ‘상호작용하는’ 삶의 모습을 회복시키고 싶어 한다.
삶의 모습이 담기는 ‘건축 공간’이 언제부턴가 오로지 재화의 개념인 ‘부동산’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기계적 계량으로 평가되는 부동산의 개념이 건축 공간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오히려 평가절하하면서 도시 건축의 풍경이 차가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부피만 키운 건축물들이 나열된 무표정한 도시의 풍경, 그 한가운데에서 건축 공간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용감하되 온화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랫집, 윗집과 또 옆집과 도시의 조망을 한껏 공유하며, 적절한 거리를 둔 채 일상을 나누게 될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 이웃들이 모여서 만들어 갈 일상들로 도시에 활력이 넘실거리는 이야기를 전하리라 기대하게 된다.
작품명: 레시오 빌딩 트리폴리 / 위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 45-5 외 4필지 / 설계: 맵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 프로젝트 건축가: 김성민, 류삼열, 하명수 / 디자인팀: 이효인, 강소미, 고은영, 최준영, 표주율 / 구조설계: 터구조주식회사 / 기계설계: 주.우보엔지니어링 / 전기설계: 주.우보엔지니어링 / 시공: 주.동진종합건설 / 발주자: 주식회사레시오 (최경헌, 김준호) / 용도: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다세대 / 대지면적: 394.861m² / 건축면적: 210.83m² / 연면적: 2,571.47m² / 건폐율: 53.39% / 용적률: 595.199% / 규모: 지하 1층, 지상 15층 / 마감재료: 노출콘크리트 위 아크릴계 백색페인트 마감 / 설계기간: 2017.8.~2018.12. / 시공기간: 2019.05.20~2021.4.14. / 준공: 2021.4.14.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