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페이스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조희정
자료제공 제로투엔 건축사사무소
곡면의 도화지 곳곳에 네모난 모양을 도려내 그 안으로 보이는 입체감이 또렷하고 선명하다. 벽면 전체에 걸쳐 아주 작은 크기로 시작되는 개구부는 코너를 돌아 경사지를 오르는 방향을 따라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그 수도 많아지고 있다. 바로 옆에 자리하는 공원을 의식해서다. 때문에 가로를 걸으며 올려다 보이는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건물은 마치 움직이는 영상이 바뀌듯 입체적으로 변화되는 표정을 짓는다. 그 독특한 입면으로 인해 어느 방향에서나 쉽게 인지된다.
서울 도심 속에서 접하게 되는 몇 안 되는 공원 중 하나인 학동공원, 바로 그 옆에 위치하는 만큼 건물 디자인 전체에 공원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고 마냥 공원의 풍경을 최대한 향유하는 데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가로를 따라 곡면으로 이루어진 외피와는 별개로, 반듯한 사각형의 내실을 만들어내는 내피가 따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 풍경을 누리는 만큼이나 내부공간의 효율성도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두 개의 켜가 만들어내는 이형의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대지를 둘러싼 외피와 내부 공간을 정의하는 내피, 이 두 개의 켜 사이에 매 층마다 테라스가 배치되어 있다. 반외부공간인 테라스가 학동공원 방향으로 활짝 열려 공원의 풍경을 내부로 한껏 끌어들인다. 이들 외에 또 하나의 반 외부공간인 계단실 역시 개구부가 나 있는 가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근린생활시설에서 수직 동선 대부분이 대지의 구석진 자리에 배치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채광과 풍경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한다. 덕분에 실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이동하는 가운데에서 이미 공원과 시각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으며 주변의 자연을 맘껏 경험할 수 있다.
외부에서 개구부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입체감이 더 크게 와 닿는 이유는 각기 다른 켜와 공간들이 겹쳐진 채 동시에 시선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부에서 외부로의 전망 역시 입체적이긴 마찬가지다. 반듯한 내실에서 곡면의 테라스를 거쳐 보이는 전경도 그러하고, 테라스에서 노출콘크리트의 사각 프레임 안에 담긴 풍경을 그림처럼 조망하게 되는 것도 그러하다.
작품명: 이스페이스 /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동 / 건축가: 경계없는작업실 (문주호); 제로투엔 건축사사무소 (임지환); 스페이스워크 (조성현) / 설계: 이지하, 김두이 / 시공: 기원건설 / 건축주: 곽동현, 곽민성, 곽정휘, 김현숙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358.3m² / 건축면적: 186.91m² / 연면적: 996.84m² / 규모: 지하 2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마감: 노출콘크리트 / 사진: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