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모나크 마리나 클럽 – 고성 한산마리나 리조트 풀빌라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슈퍼스트링 건축사사무소
지금도 여전히 땅의 주인은 단연 소나무다. 오래도록 해풍을 맞으며 땅을 지켜온 그 인고의 시간과 공로와 수고에 대해 건축이 예를 갖추고 겸허하게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일이다. 행여나 뿌리가 다칠까 땅 속으로도, 행여나 휘어진 가지를 건드릴까 땅 위에서도 조심스레 물러서고 피해 서 있다. 숲과 건축이 상생하는 그 모습이 참 감사하다.
대지는 경상남도 고성의 당항포 근처에 위치한다. 그곳 해상계류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카페를 두는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클럽하우스와 풀빌라, 마지막으로 게스트하우스까지 총 3단계에 걸쳐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부지는 해안가 경사지로 방풍림 역할을 해왔으리라 짐작되는 소규모 소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높이가 10미터 이상 되는 오래된 소나무가 많다. 크고 오래된 소나무들은 이식할 경우 죽을 확률이 높은 데다 이식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땅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주어진 지형에 순응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만들지 않는 방법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보다 땅에 뿌리 내린 오래된 흔적들을 보존함으로써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고 공존한다는 점에서 건축물에 더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물론, 복잡하고 골치 아픈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끝까지 지켜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나무가 가장 많은 경사지에 위치하는 마리나 클럽의 숙박시설인 풀빌라는 더욱 그러하다. 솔숲 사이에 1층 규모의 빌라 6개동이 배치되어 있는데, 소나무의 위치를 정확히 측량한 것을 기준으로 배치가 이루어져 있다. 소나무 뿌리를 건들리지 않도록 바닥 기초 작업이 독립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지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필로티 형태로 설계가 이루어졌다. 공사도중 일부 휘어진 소나무를 배려하여 현장에서 설계가 변경되는 동시에 공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힘든 여정이었던 만큼 열매가 잘 익은 것 같다. 소나무를 감싸기도, 배경 삼기도, 전망 삼기도, 또한 중정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기도 하면서 건물은 솔숲과 기꺼이 하나 된 모습으로 존재한다. 자연의 흐름을 타는 듯한 그 모습이 멋스럽다. 자기주장만 고집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아 관대해 보인다. 마감재로 사용된 노출콘크리트는 무채색으로 자연을 더욱 드러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유의 투박한 질감이 바닷바람과 비와 뜨거운 볕을 잘 견디어 줄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의 흔적을 쌓아가며 자연의 일부로 동화되어 갈 것이다.
작품명: 메리모나크 마리나 클럽 (고성한산 마리나 리조트 풀빌라) / 위치: 경상남도 고성군 회화면 봉동리 142외 9필지 /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 건축가: 제상우 / 설계팀: 임지혜, 강지수 / 시공: 일진종합건설(주) / 공동설계: (주)정암건축사사무소 / 구조설계: 민구조 / 설비: 신화 엔지니어링 / 건축주: 주식회사 한어울 / 용도: 교육연구시설 (연수원 숙소) / 대지면적: 4,803m² / 건축면적: 422.96m² / 연면적: 422.96m² / 규모: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주외장재: 노출콘크리트 / 시공기간: 2018~2019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