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황혜정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제로투엔 건축사사무소
재료의 색감이나 물성 등 어느 하나 특별히 튀는 요소가 없다. 비슷비슷한 재료들이 무난하게 어우러져 건물 전체가 하나의 매스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정면에서 올려다 보이는 모습은 특별하고 독특하다. 한 얼굴의 두 표정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같은 입면 위의 서로 대비되는 두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균일하게 적층되어 있는 테라스는 큼직한 가로형의 패턴을 만들어내며 공간감 있게 비어 있는 반면, 바로 옆의 매스는 세로형의 패턴이 가느다랗게 얽힌 채 외관을 입체감 있게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비가 상당히 높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하니 그 기대치에 충족해야 했고, 토지비에 비해 주위 환경에 대한 가시성은 열악하니 그 현실적인 상황을 극복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한 희소성 높은, 가치 있는 공간으로 읽힌다. 그만큼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선제안이라는 규정을 수용하다 보면 테라스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느껴진다. 조망에 관한 답답함과 지루함을 덜어내고, 자연광과 바람을 한껏 누리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덩어리를 분절하고 층마다 테라스를 둔 것이다. 또한 평면적으로 만든 남측의 틈은 지하까지 내려가 있어 지하공간에서도 환기와 채광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
입체감 있는 외관은 두 가지 고민, 즉 4m 도로 건너편에 있는 신축건물과의 프라이버시 문제와 서측의 태양 빛에 대한 대응 방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출콘크리트와 어울리는 베이스 패널을 양각과 음각의 사선으로 잘라낸 후 서로 엇갈리게 다는 방식으로 또 하나의 스킨을 입혀 놓았다. 서측으로 지는 볕은 낮고 깊은 법이다. 그 빛이 세로의 가느다란 틈 사이로 투과되어 공간과 입면에 깊은 음영감과 입체감을 부여한다. 차양이 되는 동시에 시선 또한 적절히 막은 것이다.
깊이감 있는 외관과 달리 내부에서는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있다.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노출면 후처리 방식, 발크로맷 패널, 미장 루버 벽면, 콘크리트 폴리싱 등 사용된 재료와 방식이 다채롭다. 그럼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물성과 질감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피하고 정갈하고 정돈된 내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품명: MW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 건축가: 제로투엔 / 설계 담당: 김두리, 김선아 / 시공: 제효 / 건축주: 주식회사다복열송아리 / 건물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410.10m² / 건축면적: 204.63m² / 연면적: 1531.14m² / 규모: 지하 2층, 지상 8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마감: 노출콘크리트 유로폼, 압축성형시멘트패널 / 사진: 김선아; 스튜디오엽